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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Jun 23. 2016

과거를 묻지 마세요




규모의 대소를 떠나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겪는 일-

물론 대기업일수록 정도는 더 심해진다



 ▶ 남자들의 반응 


- 후보생이 아닌 사관학교 출신 장교라는데 일단 호기심을 갖는다

- 비슷한 연배의 남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지만 연세 지긋한 임원들은 예외없이 푹풍 관심을 보낸다  

- 어떻게든 군대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하고 말을 하면 할수록 혼자 그 시절의 감상에 빠져든다 

- 힘든 일, 안되는 일을 어떻게든 나한테 먼저 맡겨서 시험해보고 싶어한다



▶ 여자들의 반응 


- 임원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기존의 여직원들에게 처음부터 미운 털이 박힌다

- 나라는 존재 때문에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 어떻게든 군대 이야기를 피하려고 하는 내 의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 할 땐 그렇게 질색하더니 정작 여자들만 있는 자리에선  또 심심풀이 땅콩처럼 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이 위기감을 느끼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남자 직원들에게 나를 음해하는 말을 퍼트린다



어떻게든 '장교 출신 여직원'이 아닌 내 이름, 직무능력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 이력을 숨기려고 하는데 

윗 분들은 유희를 위해 어떻게든 들추어내고 싶어하고 

엄청난 능력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자연스레 동료 여직원들은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어떻게든 흠을 잡고 나를 끌어내리려 했다


진정 내게 관심있는 사람들과는 

괴로웠던 20대 군대 시절도 기꺼운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의 영혼없는 호기심 때문에 상처받고 

또 어떤 이들의 시기, 질투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숱하게 반복되다보니 

군대 노이로제에 걸려버린 것만 같다 


온라인상에서의 '잊혀질 권리'가 

난 오프라인상에서 절실히 필요하다 


분명 채용에 있어서만큼은 내 이력의 덕을 톡톡히 봤겠지만

군대로 점철된 인생을 살고 싶진 않다


내 이력이 아무나의 안줏거리로 전락하는 걸 

더이상은 수수방관하지 않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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