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이 죄가 될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우울증에서 탈출한지는 오래지만
평온한 일상에서
마치 돌부리에라도 걸려 넘어지듯
자기 연민의 늪에 빠져드는 일은
무시로, 뜬금없이 찾아들었다
자기 연민에 중독된 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꼽자면
자신의 가장 아픈 구석, 취약점을 샅샅이 뒤져
스스로 고통을 주고
그 행위에서 쾌감을 얻는다는 점,
주변의 인적 네트워트가 탄탄해졌음에도
그것과는 별개로 고립과 고독을 자초하고
그 속에서 안온감을 느낀다는 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고 미화하면서
점차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모한다는 점
대강 이 정도로 추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연민은 분명 필수불가결한 감정이지만
이에 중독되면 나의 영혼을 좀먹어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소름끼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성장을 거부하고 울음을 멈추지않는
어린 아이로의 퇴행이
진정 따뜻한 보살핌에 대한 S.O.S인지
영악한 가짜 울음인지
매순간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