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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Sep 25. 2016

평생의 연구 대상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얼마나 알아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봐오고 가까운 관계라고 해서
속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에게

화가 났던 상황을 들여다보니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었다


나를 다 안다는 듯이 구는

태도와 말-


여기서의 두 남자는 다름 아닌
아빠와 남편이다


아빠로 인해 마음 상했던 기억을 더듬어보자
지금으로부터 15년은
훌쩍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사관학교라는

진로 선택을 했던 고 3 시절
늘 딸의 희생에 대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던 아빠는
술만 드시면 땅이 꺼져라 숨을 내쉬고
때론 눈물까지 지으시며
나를 붙들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셨었다

기존의 내 꿈을 지지하지도 않으셨지만

애초 선택지에도 없던 군대에

딸이 등 떠밀리듯 다는 건
상상조차 못 하셨을 테니-

고등학교 교복을 벗자마자

또 다른 세계에 던져진 난
어떻게 해서든 감내해야만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잡혀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지만
벼랑 끝에 서서 기댈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셀프 채찍질만 한 끝에
급속도로 자의식이 붕괴되는 시기를 맞았다  

중학생 때부터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부모님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살았던 터라
나의 불편한 속내 따윈

어떻게든 감추기에 급급했고  
 나의 심각한 상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아빠는 무뎌지셨고 달라지셨다  


"너 같은 성격에는 군인이나 경찰이 딱이야.
너희 엄마 닮아가지고 애교도 없고..."

어느 날 무심코 이런 말까지 던지셨다

나도 부모님의 후원 아래
적당한 애교로 실수도, 방만함도 무마시키고
적당한 노력으로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왜 굳이 마다했겠는가

그 지난날의 절박한 심정,
나의 고통, 다른 식구들의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인 양 폄훼하고
나를 '원래 고지식하고 뻣뻣한 아이'로

단정 지어버린 
아빠의 그때 그 말이 내 가슴에
얼마나 큰 비수가 되어
꽂혔는지 모른다

당신의 잘못으로

딸이 불가항력의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죽음의 유혹 앞에 안간힘을 쓰며 버티느라고
두 눈의 총기도,
느긋하던 천성도,
촉하던 감성도
애초에 없던 게 아니라

서서히 고사한 거라고
아빠가 날 알면 얼마나 아냐고
악다구니를 늘어놓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렇게 살도록 강요해놓고
나중에 엄마 닮아 그렇다는 식의

무책임한 힐책만 한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빠를

마음으로 이해하려 한다
훌훌 털어버리진 못했어도

측은지심이 든다

처절한 생존의 사투 끝에
아빠는 아빠만의 제국을 만드는 길을 택했고  
아픈 과거의 짐은 같이 짊어진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당신 혼자 떠안고 살아오다

자력으로 기사회생했다고

최종 결론지으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래서 지금도 이런 식의

무언의 시위를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나를 따르라


                                                                                                                          

아빠가 원하는 여성상이 되지 못한데 대한
핀잔까지 듣다 보니
지난날 아빠가 나를 붙들고
하염없이 고해성사를 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흔적도 없이 흐르는 세월에 씻겨 내려간 것 같아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아빠가 긍정의 힘으로

지난한 암흑기를 견뎌내고
우리 곁에 건재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며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문제쯤은
까짓거 매듭짓고 잊고 살면 된다는 쪽으로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과의 말다툼 도중
흡사한 유형의 분노가 치미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


부지불식간에 날아든 뼈 있는 말-


"자기 원래 그런 성격 아니잖아!

내가 다 아는데 뭘~


그거 고쳐야 돼.

진짜 문제야. "


                                                                                                                  

사람의 성격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상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굉장히 가변적인 것임을
아빠도, 남편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순간 들면서
서운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우선은 나를 다 안다는 듯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못마땅했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꼬집으면서
은근히 비난하는 태도가 껄끄러웠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상대가 상식 밖의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한다고 생각되면
우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자기 자신도, 둘의 관계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이라고 해도
'원래 그런 사람'

 '내가 다 아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판단하기보다는

사람은 시시때때로 변하기 마련이고
사람은 계속 알아가야 하는 변화무쌍한 생물이지,
어느 정도 안다고 해서 멈춰버리면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

                                                                              

사소한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선
끝까지 밀어붙여야 할 평생 과제로

삼을만하지 않을까


1. 어느 누구라도 잘 안다고

속단하며 교만하지 말 것

2. 여자건 남자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 만큼
상대에 따라 변하게 되어있다는 것

3.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 나도 '남 탓' 보단 '내 탓'을 우선 순위에 두고자

인생 잠언으로 삼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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