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약자로서의 설움을 당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지만
최근 이렇게나 피부로 느낄 만큼
약자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당한 건
참 드문 일인 것 같다
평생 약수를 부지런히 떠먹는 남편을 둔 덕에
나도 따라나섰던 어느 야밤-
별생각 없이 여유롭게 물통에 물을
한창 받고 있는데
남편이 잠깐 내 곁을 비우게 되었다
거대한 물통을 여러 개 가져와
물을 받고 있던 아저씨가
어느샌가 옆에 다가와
나에게 느닷없이 시비를 걸었다
수도꼭지 하나로는 성에 안 차
내가 쓰고 있던 것까지
장악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때마침 분풀이 대상을
잘 만났다 싶었던 건지
내가 가지고 온 생수통을 걷어차면서
물을 받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 아저씬 분명
나와 남편이 같이 물을 뜨는 걸 옆에서 봤고
우리는 작은 물통에 물을 채우며
얌전히 있었을 뿐인데
남편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득달같이 다가와
나한테 쏘아붙이는 거였다
그런 사람한테 똑같이 맞대응해서 좋을 것도 없고,
애초에 의사소통이 안 될 거란 생각에
최소한의 대답만 하고 고개를 돌렸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이윽고 돌아온 남편한테 전후 사정을
고이 일러바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남편이 그 아저씨한테 덤벼들 태세라
뜯어말리느라 말한 걸 약간 후회도 했지만
-_-;
여자 혼자 있을 때를 노려
그렇게 비겁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시민의식은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떨어져있는지 모른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데...(하아...)
나는 죄를 짓지 않았어도
물리적으로 힘이 열세한 여자라는 이유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사례 하나를 놓고
확대해석 하고 싶진 않지만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태도를 보면
그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 사회인지,
그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내 신념에
힘을 실어주는 경험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