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돈만 있으면 이민 가겠다는 말.
이젠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자기 삶을 일구어 온 사람이
도리어 한껏 농락당하는 느낌,
번번이 쓰디쓴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판국이라
나 또한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어느새 내 나라에 대한 미움이 싹 튼 모양이다
하지만 왜 법과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누구보다 건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마지못해 조국을 등지는 상황에 내몰렸을까...
억울함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
집주인이 억울한 연유로
한순간에 집을 빼앗기는 느낌이 이럴까
오래전부터 꼬여온 역사의 실타래를 외면하고
체제 이념의 초석을 다져놓지 않은 채
눈앞의 이익을 향해
강박적으로 달리는데만 전념하고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에도 무감해진 그 화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네 목을 향해 돌아왔다는 중론을
대체 언제까지 가지지 못한 자의
비겁한 변명이요,
피해의식이라고 볼 것 인가
이민이 답이야. 떠나면 그만이지
이젠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볼 수가 없다
처음엔 나도 푸념하듯 거들었지만
이젠 그들에게 무책임하다는 책망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지 말고 소중한 우리 집을 빼앗은 이에게
죄를 따져 묻고
우리가 잘 고쳐서
오래도록 함께 쓰자고 말하고 싶다
주인이 집을 사수하고자 노력을 해야 할 때-
지금 이 시간에도 뭇사람들의 편견과 냉대에 맞서
음지에서 외롭고 고단한 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이
더없이 위대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