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결혼 생활을 해 온
어머니를 둔 딸은
결혼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기 어렵고
아내를 박대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은
자신은 커서 그러지 말아야지...
반발 심리를 자연히 갖긴 하지만
여자를 보는 안목이 편협해지고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한
부부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엄마는 아직도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아빤
좋은 남편이 아니어도
좋은 아빠였잖아."
그 앞에서 차마 말은 못해도
좋은 남편이 아니면서
좋은 아빠가 될 순 없는 법이라고
속으로 반박했더랬다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칭찬이 아닌 이야기는
어느새 아빠 앞에서 금기시 되었고
이따금 엄마의 변론을 하면
역성든다는 싸늘한 반응만 돌아올 뿐
독보적인 여왕의 권위를 누리시는
시어머님을 둔 나로선
33년째 왕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고
홀로 가슴앓이하시는
엄마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가슴만 그저 먹먹해 올 따름이다
엄마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혼 생활을 하고 있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빠에게
되묻고 싶다
아빠에게 할머니가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어머니였듯
아빠 옆에서 힘들어하는 한 여자,
그 사람이 내겐
가장 소중한 엄마라고
이제부터라도
좀 아껴주시면 안 되냐고...
내가 같은 무게로
아빠와 엄마를 사랑할 수 있게
좀 도와주실 순 없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