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등 하니?
대학은 어디 갈 거니?
생도(장교)는 얼마 받니?
군대에 계속 있지 왜 나오니?
취업 준비는 잘 되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만나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니?
서울 어디에 사니?
결혼은 언제 하니?
결혼식은 어느 웨딩홀에서 하니?
결혼식을 왜 하객 없이 하니?
부모님들이 허락하셨니?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니?
신혼집은 월세니 전세니?
몇 평이니?
아이는 언제 갖니?
둘 다 나이도 있는데 걱정은 안되니?
철저히 개인 주의자로 살고 싶었던 나는
오지랖을 경멸하며 살아왔다
'내 실체는 그다지 감정 교류의 필요를 못 느끼는
냉혈 인간인 걸까...'
한때는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답을
최근에야 비로소 찾은 듯하다
여태 내 삶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런 질문들이 '남'과 같은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내 방식이 정도를 벗어난 비정상이라고
자꾸 주입시킨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기에
그토록 큰 반감을 가져왔던 것이다
남들이 제아무리 값비싼 옷과 장신구로 치장하고
좋은 직장, 좋은 자동차, 좋은 집,
유려한 어학 능력, 전문 기술 등 있어 빌리티를 자랑해도,
힘들이지 않고도 크고 작은 성취를 해낸다 해도
잠시 부러워해본 적은 있어도
배 아파하며 시샘하진 않았고
내가 1등일 땐 2등을,
2등일 땐 3등을 예의 주시하며
라이벌 경쟁에 열을 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할 몫이라고 생각한 데만
충실하며 살았다
유일한 라이벌은
내 안의 나약함 그 하나뿐이었다
만일 남들처럼 살길 원했다면,
남들보다 더 있어 보이는 삶을 살길 원했다면
악착같이 푼돈을 모으고 절약하기보단
명품도 거침없이 사고 고급스럽게 외모를 가꾸어
나보다 나은 배경의 남자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었을 테고
당연히 사관학교가 아닌
SKY나 해외 유수 대학을 갔을 것이고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고소득 전문 직종에 종사했을테고
호화 예식을 치르고
부촌에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물욕보단 지덕체를 갖춘 인간상을 지향했고
(대학교 선택 문제는 차치하고-)
나름대로 자주적인 삶을 살고자
갖은 장애물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뭇사람들의 그런 질문들이
나를,
그리고 내 삶을 모욕한다는 느낌에
알레르기에 가까울 정도로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알게 모르게 '비교와 타인 지향 문화'로부터 헤어나고자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 모양-
내가 정말 영악했다면
그 머리를 어디에 어떻게 썼을지 모를 일이지만
식견이 얕을지언정
무엇이 옳은 길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지금의 내 수준에 감사한다
순수히 아무 의도 없는 호기심 하나로
내게 관심을 표현했던 사람들도 개중 있었을 텐데
내가 매정하리만큼 곡해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와서 민망하고 부끄러워진다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뿐
그들 자체를 문제로 봐서는 안 되는 건데-
자기 기준이 제대로 선 인생을 살지 못하는
그들이 딱한 건데-
즉각적인 과민반응을 보이기 이전에
민감한 부분이니 조금 조심해달라는 사인을 미리 보내보고
그 이후에 대처를 하는 깨알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태도가 아닐까
자기반성을 잠시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