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이상을 걸어 다녀도
내 발이 따뜻해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
뜨끈한 물에 전신을 녹이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찾은 대중목욕탕
목욕탕 내 으레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등밀이 기계가
서울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한산한 목욕탕에서 키 큰 여자 하나가
혼자 긴 팔 원숭이처럼 팔을 뻗어
끙끙대며 등을 밀고 있는 모습이 딱해 보였던지
옆 옆자리에서 씻고 있던 한 분이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우리 서로 등 밀어줄까요?
연세 지긋하신 어머님들이
나에게 부탁을 해 온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또래의 젊은 여자가 그런 제의를 해온 건
생전 처음-
난 당황한 나머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그러자고 했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내 등을 부탁하며 돌아앉았다
그런데 때가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였다
거 참 미안하게 됐네요...
(유구무언)
암튼 자그마한 동네 목욕탕에서
또래를 그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가 너무 황급히 씻고 나오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나온 것이
못 내 아쉽고 미안하면서도
나만 치부를 들킨 듯 창피하기도 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남아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왠지 모르게 키득거리게 되는 최근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