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전율의 순간

by 보나










나는 어떤 사람이든

어떤 사람의 과오든

이해하고 포용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나라고 믿어온 나는

진짜 '나'가 아니었고,

내 안에 직면하기 두려워하던

감정의 존재감을 깨닫게 된 이후로

무의식 정화에 힘써왔다.

이 '정화'라는 표현을 곡해하면

무의식 속에 억눌린 감정을

언뜻 제거하는 작업 같아 보이지만

이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부정 감정은 일단

제거 대상이 아니다.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라고

머리로 판단하고 접근하는 순간

내 삶은

피 튀기는 생존게임으로 변모한다.







수십, 수백 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약해 온

감정체에 주도권이 넘어가는 순간

현실이 곧 지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전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야 비로소 나를 받아주고

나의 감정을 받아주고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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