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배터리

by 해요


막상 겪어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열정이란 샘물같은 것

펑펑 소비해도 또다시 생겨나는 것


그런데 아무리 마중물을 붓고 치성을 드려봐도

물 한 방울 나올 기미가 없는 그 막막함이란 참;


진정 일생에서 쓸 수 있는 열정의 총량은 정해져있는 거였나!


나는 10대 중반부터 20대 내내 아낌없이 퍼부어버린 듯 하다

그것도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죽기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는데

죽지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느라-


악과 깡으로 버텨오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모를 가진 돌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난 세월 속에 연기처럼 사라져간

내 순수한 열정은 지금 무슨 의미로 남았나

허탈함만 곱씹게 되었다


'효도'라는 불가항력적인 이름으로 포장되어버리는 바람에

이젠 가족들 앞에서 내 마음대로 꺼내어볼 수도 없는 아픈 기억이다


아빠는 지난 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질색하시는 분이다

하물며 과거 중에서도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제때 최소한의 치료도 해주지 않고

대충 덮어버리는 바람에

상처의 뿌리는 곪고 썩어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계속 재발했다

순전히 내 잘못인 건 알고 있다


난 그 당시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은 참 고맙지만 너를 위한 선택이 맞니?"

이 말이 그토록 절실했다...


내 열정의 배터리는

진작에 수명을 다한 듯 보이지만

이렇게 한풀이가 끝나고 나면

적어도 방전은 면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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