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결혼 전에 많은 남자를 만나보고
많이 겪어봐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숱하게 들어왔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인생에 연애상대자는 단 2명
절대적인 경험치가 거의 기근 수준인 내가
첫 연애의 실패 후에 만난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은 건
아마도 하늘이 도와서가 아닐까
중요한 건 경험의 횟수보다
경험의 깊이였다는 결론(마...맞나?ㅎ)
하여간 나의 첫 연애는 소위로 복무한지 만 1년을 향해 달려가던 한 해의 막바지에 시작되었다
너무나 외롭고 팍팍하게 살아오던 내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이성의 관심
나는 그 당시 사리분별 능력 따윈 없었다
그저 나를 좋아해준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따르고 의지했다
즐거움과 슬픔
고마움과 원망
감동과 실망
그렇게 몇 년간 감정의 시소를 타다 이별의 순간 그는 말했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찾아보라고...
나한테 질려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떼어내고 싶은 마음에
둘러대는 핑계 중의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도 이미 있었지만)
그 지적은 냉철하리만큼 정확했다는 걸
마음의 정리를 끝내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게 난 첫 연애를 폭풍처럼 겪은 후
끝을 알 수 없는 연애공백기를 맞이했다
직업 그리고 근무지 특성상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원천봉쇄 되어있는데
20대 후반의 나이가 되고나니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는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
의무복무가 끝나는 시점만을 고대하며
사관학교 생활을 버텼고
장교 생활을 버티고 있는 상황-
점점 더 초조해졌기에
일생일대의 사고를 한번 쳐보기로 결심한다
(일생을 어른들이 원하는 틀 안에서
갑갑하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내겐 어마어마한 일탈이지 싶다)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그 곳의 문을
내가 먼저 두드렸다
한 달 급여 이상의 거액을 때려부어 가입을 하고
몇 명의 남자를 소개받았다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중 하나이지만
적지 않은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경험
(비록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하더라도)
첫 만남에서 섹드립 치는 의사
(내가 아무리 섹시한 남자를
좋아한다해도 이건 좀...)
늦잠자고 후줄근한 몰골로 나타나선
묵언수행하던 공기업 사원
(진작에 자리 박차고 일어났어야했다)
어머니, 누나들 치마폭 속에서 살아온
여리디 여린 개인사업자
(난 당신같은 아들 둔 적 없는데?)
머릿 속엔 결혼과 S 직원이라는 자부심밖에 없었던 대기업 사원
(S 기업 난 좋아하지 않는데~)
...
나중에는 너무 진이 빠져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다보니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기억에 없다
그들에게도 내가 정말 희한한 여자로
보였을지 모르겠다
(일단 직업부터가 범상치 않았을테고)
대놓고 무안주는 사람에서부터
면접보듯 따지고드는 사람까지
세상에는 진짜 별의별 희한한 사람 많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좌표도 잃고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그 날이 오기만을,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바라던 그 때
나 혼자 외딴 곳에 내버려져있다는
고독과 소외감이
결국 판단력 제로 상태로 이끌었던 것 같다
어쨌든 희한한 경험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아차~하고 정신이 퍼뜩 들었고,
외로움에 허우적대던 그 시기
오래 지나지않아
지금의 남편을 신기한 계기로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이렇게 미지근한 연애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참 많이 했었지만
쉬이 말문을 닫아버리는 나를
끊임없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보였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나누다보니
앞으로 같이 성장하고 변모해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되겠다는 믿음이 자라나
탄탄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았나싶다
행여나 선택지가 없어
결혼정보회사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유경험자로서 말리고 싶다
(물론 돈 많고 시간 많고 직접 체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말릴 필요 없겠지만-)
난 지금 내 인생의 두번째 미친 짓을 계획 중이다
20대 때부터 마음에 품어오던-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로 작정한만큼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