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역사
어릴 때 편식없이 워낙 한식을 좋아하고
뛰놀기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키 큰 아빠의 유전자 덕에
키 걱정 한번 해본 적 없이
꾸준히 쑥쑥 자랐다
그 덕에 먹는 것만큼 살이 찌지도 않았고
중학교 졸업할 때 이미 168cm, 47kg
(그 이후로도 조금 더 자랐지만)
지금 기준에선 수치상으로나마
워너비 바디 스펙 완성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해봤고
군살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20대 초반 절체절명의 우울증과 함께
식이장애가 찾아왔다
21~22세 때 12kg 이상 급살이 찌는 위업을 달성할 줄이야...
(혹자는 겨우 12kg 가지고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수치가 중요한게 아니다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그야말로 초토화
특수 신분의 대학생활을 지속하는데도
순간순간이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실낱같은 삶의 의지를 부여잡고 일어서고나서야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깨달았다
아마 그렇게라도 겨우 제동을 걸지 않았더라면 초고도비만으로 가는 건 시간문제였겠지...
그 때부터 수술 말고는
안해본 다이어트가 없었고
온갖 수모와 설움 다 당하다보니
영혼이라도 팔아 살을 빼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살았다
그 세월의 훈장이라고 해야하나
이제 살을 빼는데는
거의 도가 텃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예전으로 몸을 돌려놓긴했지만
20대 초,중반을 지옥같이 보내서인지
그 때의 트라우마가 주홍글씨처럼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살을 빼서 보기 좋은 몸을 가진다고해서 결과물처럼 만족과 행복이 따라오는게 아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했어도 끊임없이 몸을 괴롭히고 자기 몸에 만족하지 못하면 절대 행복할 수 없고
살이 찌더라도
'남이 어떻게 나를 볼까...'
'내 몸이 창피하다...'
이런 생각따윈 떨쳐내고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스스로 당당하면 그 사람이 winner!
외모 하나로 세상살이에 무임승차가 가능한 소수를 제외하곤
외모 하나로 부당한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여자들에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지독한 연결고리-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무섭다는)
다이어트가 지긋지긋한 숙명이지만
다이어트 성공의 키는 결국
남에게 벗은 몸을 보여주려고
운동하는 풍조가 씁쓸하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게으르다,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
보기 흉하다는 말을
면전에서 쏟아붓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더 씁쓸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