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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by 해요

직업 특성상 20대 시절 내내 제복을 입고 살았다


휴일에 특별한 용무가 있거나

데이트가 있을 때만 사복 차림을 했고,

가끔 찾아오는 기회이니만큼

나름대로 한껏 멋을 냈다

(그래봤자 남들 눈엔

겨우 군인 티를 벗은 정도겠지만^^;)



남들과 다른 시기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겪은 문화충격


TPO에 맞게 옷차림을 하는거야 기본이지만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오피스룩일 때와 캐주얼 차림을 했을 때

사람들의 대우가 천지차이라는 걸 알고서

처음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사실 불쾌할만한 일을 더 많이 당했다


보기좋고 예쁜 걸 선호하는 자체야

인간의 본능이니만큼 십분 이해하지만

무난한 차림을 했다는 이유로

괄시를 당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에 뒤쳐지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상대에게 주는 것

그게 곧 관계의 주도권을 잡는 지름길-


그걸 거부하면

남들로부터 내가 무시를 당해도

감내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체득했다


현대 사회에선 그 또한 능력으로 통하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야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내 고집대로 허례허식에 집착하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더 중요한 걸 취사선택하고자 했다

비주얼이 모든 걸 압도하는 상황을 보면서

또다시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고-


곧 죽어도

Simple is the best,

자연미가 결국은 인조미를 이긴다

이렇게 고집해온 내 지론이

계속 패대기 당하는 현실


이목구비, 체형, 겉치레, 재력, 인맥이 주는

매력도 좋지만

상대의 생각, 음성, 표정에

더 애정어린 관심을 보이고

자기 특유의 멋을 낼 줄 알면서

~~척 좀 안하는

그런 사람이 고팠다


그러나 이런 속내를 밝히면

세상 물정 모르고

그저 속 편한 사람 취급 당하기 일쑤...


도시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남들이 인정하는 인스턴트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세련되진 않았어도

보면 볼수록 진국인,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는 인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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