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난 '끼리끼리'라는 말이 참 무섭다
친구는 그 사람의 거울이라 생각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꽤나 신중한 편이다
이런 생각에 결혼까지 결심한 나-
과연 이 사람의 친구들은
또 얼마나 괜찮은 사람들일지
내심 기대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이 아니라
대화 수준이 맞는,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이들이길 기대했는데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 찍히고 말았다
'이렇게 착하고 현명한 사람이
왜 이런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친구는 그 사람의 면면을
많이 반영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모르는 결점들을 그동안 숨기고 살아온건가?'
온갖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연애를 시작한 2010년도 가을부터
부부로 살고 있는 현재까지
적어도 남편에 대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지만
적잖은 상식의 파괴 또한 경험했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지언정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다 품어주고
무슨 부탁이든 웬만해선 모두 YES를 외치는
인류애 넘치는 이 사람...
철저히 자기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박쥐같은 인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부분이었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에 대한 나의 지론이
무참히 깨질 줄이야
무상원조가 일상이 된
남편의 인간관계가 다소 염려스럽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부가 서로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는 것,
나만이 정답을 쥐고 있다는 생각 버리기,
즉 끊임없는 대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