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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라는 착각

by 해요

자기 앞가림 하기도 벅찬 내가

해결사로 살아야했던 군대 시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내가 중대장 역할을 하기 시작했을 때

뼈저리게 실감했다

병력을 이끌어야하는 선봉의 위치에서

나는 매사 만능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임무 수행 못지 않게 부대원 관리 문제는

항상 나의 양쪽 어깨를 무겁게 했다


내가 생각해 온 고민 상담이란 건

청자가 아닌 철저히 화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는 것-


말처럼 쉬운게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

'한심하다', '별 일 아니다'

치부할 수 있는 것들도

예사로 넘겨서는 안된다 생각했고

고민에 빠진 상대의 고통스러운 입장에

나를 대입시켜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나의 근무평정에 하등의 도움도 안되는

병사, 부사관의 고민 상담과 해결에

나름 최선을 다해 매달렸다


휘하에 있는 병력에서

문제만 안 터지게 관리하면 그만이지

뭐 그리 애들 걱정하고 직접 해결해주려고 애쓰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이라는 이유로

강제 군역을 이행하고 있는 그들이 애잔했고

나이를 떠나 그 아이들 모두가

내 남동생 같다고 생각하니

감정 이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내 정체성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지만

내색조차 할 수 없었던 당시-


누군가의 진심어린 고민 고백에 귀 기울이고

온 마음을 다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나간 그 과정이

단지 내가 조력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나고나니 그게 아니었다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켜주는

계기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서

한 때의 교만함을 떠올리면

얼굴부터 달아오른다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진지하게 몰두하면서

얻은 것이 참 많았던 시기-


내가 해결사인 양 우쭐댔던 것이

정말 경솔하기 짝이 없는

부끄러운 행동이란 사실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안다


그리운 아이들...

지금은 사회인으로서 다들 잘 살고 있겠지?

이젠 날 기억도 못하겠지만

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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