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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Jun 19. 2016

대화가 필요해




 굴러다니는 두루마리 휴지,

그 속의 휴지심을 무심코 바라보다 떠오른 기억-


어릴 적 휴지심 4개를 이어붙이고

가족 얼굴을 그린 후

싸인펜으로 색칠한 편지꽂이를 만든 적이 있다

 

가장 먼저 아빠에게 쪼르르~


아빠, 엄마, 나, 동생


하고싶은 말이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꽂이에 넣어두면

자기 얼굴 칸에서 꺼내읽고

답장을 써서 해당자 칸에 꽂아두면 된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그 편지꽂이는 나 아닌 다른 이용객이 없어

결국 폐기처분^^;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말만 하고 사는 관계가 아쉬워

글로라도 소통을 하고 살자는,

'대화'를 원하는

내 나름의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워낙 어릴 때라

그 이상의 다른 방도는 찾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분명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로 인해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대화가 부족했던 점만은

너무도 아쉽다


결국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에 이르게된 것도

처음으로 속 시원히 마음 터놓고

대화를 한 상대이자,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의견을 주고받고

나 스스로를 파헤친 끝에 느낀

카타르시스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집집마다 다 이렇게 사는 거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묻어둔 유년시절의 갈증이

이렇게나 무섭다


'대화' '소통' 이라는 화두 하나에

내가 이렇게 집착하며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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