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다니는 두루마리 휴지,
그 속의 휴지심을 무심코 바라보다 떠오른 기억-
어릴 적 휴지심 4개를 이어붙이고
가족 얼굴을 그린 후
싸인펜으로 색칠한 편지꽂이를 만든 적이 있다
가장 먼저 아빠에게 쪼르르~
하고싶은 말이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꽂이에 넣어두면
자기 얼굴 칸에서 꺼내읽고
답장을 써서 해당자 칸에 꽂아두면 된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그 편지꽂이는 나 아닌 다른 이용객이 없어
결국 폐기처분^^;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말만 하고 사는 관계가 아쉬워
글로라도 소통을 하고 살자는,
'대화'를 원하는
내 나름의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워낙 어릴 때라
그 이상의 다른 방도는 찾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분명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로 인해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대화가 부족했던 점만은
너무도 아쉽다
결국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에 이르게된 것도
처음으로 속 시원히 마음 터놓고
대화를 한 상대이자,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의견을 주고받고
나 스스로를 파헤친 끝에 느낀
카타르시스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집집마다 다 이렇게 사는 거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묻어둔 유년시절의 갈증이
이렇게나 무섭다
'대화' '소통' 이라는 화두 하나에
내가 이렇게 집착하며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