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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일제문소 May 03. 2021

사장님이 왜 그럴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

사장님은 힘듭니다. 사장님을 하는 것도 힘들고, 내가 사장님을 대하는 것도 힘듭니다. 여러 사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공동창업자 형태로 아주 지근거리에서도 본 사장님도 있고, 말도 한 번 못 섞어본 사장님도 있습니다. 소문은 참 별로였지만 나에게는 나이스했던 사장님도 있고, 사생활은 깔끔하고 법도 잘 지키지만 역대급으로 별로였던 사장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났더라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일단 사장-직원 관계로 만나면 회사의 성장, 이윤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지만 서로 취하고자 하는 것이 상충되는 까닭에 좀처럼 쿨타임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사장님은 고정비를 줄여 이윤을 많이 남기고 싶을 거고, 직원은 더 많은 급여와 기회를 갖고 싶으니까요. 길게 보고 직원에게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장님은 제가 아직 못만나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월급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준다면 사장이 해야 하는 일의 80% 이상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는 복지가 어쩌고 저쩌고 구시렁댔지만 세상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하지만 진심입니다. 사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회사를 성장 시키든, 다른 비용을 줄이든, 돈을 땡겨오든 본인이 고용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님이 그 중요한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게끔 돕는 것 또한 직원들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사업을 얼떨결에 시작하게 되어 사장님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일정 부분 나르시시스트적인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믿음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강해야 큰 지병을 얻지 않고 계속 사장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이 맞는지 틀린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오히려 그 믿음이 틀린다 한들 강한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밀고 나가면 참 좋지만 그것 또한 늘 여의치 않습니다. 


일의 기쁨과 기쁨을 말하기로 했는데 자꾸 산으로 가는 것 같네요. 그래서 유독 더 피곤한 타입의 사장님의 유형을 몇 가지 꼽아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미 울면서 겪었지만 읽는 분들은 지뢰를 잘 피해가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1. 일 말고 다른 것을 많이 하는 타입

회사에서는 자기 일로 바쁜 것이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사장님은 강연, 인터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바쁠 때가 있습니다. 사장님들은 모두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네. 뭐 아주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가끔씩 주객이 전도될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강연, 인터뷰 같은 것들은 양호합니다. 기자들의 손에 의해 어느 정도 야마가 잡혀있고 만일의 경우 손을 좀 써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SNS가 그 사람의 꽤 많은 부분을 드러내줍니다. 만약 입사 전이고, 가려는 회사 대표의 SNS를 알고 있다면 가서 한 번 쓱 훑어보는 것도 회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사장님은 회사에서 제일 바쁩니다. 그런데 뭔가 SNS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 안바쁘거나, 바빠야 할 다른 일을 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장님도 사람이라 #소통 #맞팔 등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비공개 계정으로 할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위의 활동들이 아주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사장님이 임블리이면 어떡합니까. 인스타를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해야죠. 또 간혹 인간적인 매력과 고유한 취향이 드러나게 잘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말과 글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SNS에서 사장님이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 하는 모습과 실제 회사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를 경우, 직원들의 마음은 더 상하게 됩니다. 


2. 스트레스 푸는 자기만의 방법을 못찾은 타입 

사실 이건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스트레스를 푸는 자기만의 방법을 모를 경우, 그 쎄한 영향력은 파급력이 큽니다. 사장님은 외롭습니다. 사장님도 사람이라 어디 의지하고 싶을 거고 상의 하고 싶을 거고, 본인의 판단이 맞다는 얘기를 듣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사장님의 약한 고리를 잘 이용하여 최애가 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혼자 잘 노는 사장님이 좋습니다. 안그러면 자꾸 점심 먹으면서 미팅을 하거나 회식이 잡히게 됩니다. 아니면 회사 바깥에 한 개인으로서의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는 사람이어도 좋습니다. (아, 그게 룸싸롱이나 불건전한 것이면 안되겠죠.) 사람의 스트레스를 담아내는 그릇에도 한계가 있어서 스스로 그것을 알고 풀고, 그렇게 안팎으로 균형이 잘 잡힌 사장님들이 회사라는 배가 흔들릴 때도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든 직원이든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탐구하고 알아가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의 경우,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자연스러운 경계가 생기고 서로 존중할 수 있다고 봅니다. 


3. 사람 귀한 줄 모르는 타입

어서 빨리 도망쳐야합니다. 회사가 힘들 때, 간혹 조직과 경영의 논리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다보면 직원 개개인의 존엄성이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회사의 상황은 얼마든지 안좋아질 수 있습니다. 계속 좋은 회사가 더 이상한 회사입니다. 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사장님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회사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회사 사정 상, 필요에 의해서 인력을 정리할 수도 있고 그동안 누려왔던 것을 누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장님이 직원들을 귀하게 여기고 개별적인 한 인간으로 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면 상황이 인간적으로 펼쳐지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능합니다. 직원들도 보아온 것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때부터는 분위기 파사삭- 엑소더스의 시작입니다. 


누군가에게 벌어졌던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지요. 이직, 퇴사라는 단어가 자조적으로 떠돌면서 뜬금없는 반차와 연차가 많아집니다. 상황이 나아져 회사가 존속할 수는 있지만 직원들은 더이상 사장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인력을 왕창 데려와 분위기를 쇄신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재창업 수준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사장님이 볼까봐 무서워서 여러 회사 사장님을 막 섞어서 글을 썼습니다. 결국 사장님도 그냥 나랑 똑같이 불완전한 한 인간입니다. 그래도 평소에 좀 애쓰고 잘하는 것 같으면 어려울 때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나한테 진상부리면 어려울 때 쌤통이다 싶고 그런 마음입니다. 사장님 나름대로 애는 쓰는데 그게 직원들 마음에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고요. 


배민은 딜리버리히어로에 5조에 팔리고, 신날 것 같고, 막 좀 부럽고 그런데....우리는 김봉진 사장님이 아니니까요. 내일도 우리의 사장님을 만나러 회사에 가야합니다. 쓰면서 사장님들도 약간 짠해서 내일은 가재미눈으로 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지만 과연 가능할까요. 아, 사장님이 또 인스타그램을 하시네요. 아마도 내일은 틀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모레 다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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