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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일제문소 May 03. 2021

일의 기쁨과 기쁨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집 제목을 보고 참 별것 아닌 세 단어로 제목 잘 지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굵직한 키워드들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의 요동을 그 어떤 곳에서보다 자주 느낄 수 있는 곳이 일터라서 더 크게 와닿았나 싶습니다.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일과 중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니 회사에서의 시간은 내 많은 감정들의 이유를 만드는 시간이 되어버리니까요.


'브런치 구독자 수 늘리려면 제목은 이렇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제목!!!' 같은 글들을 잔뜩 보고 와서 일단 제목을 던져놓긴 했는데 사실 일과 기쁨이라는 단어의 연속적인 배열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기쁨이란 말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육두문자와 빡침을 시전하며 도망치듯 회사를 나와버렸는데. 그리고 내일이면 또 '그 인간'들을 마주하고 온갖 기싸움과 돌려까기를 시전해야 하는데. 기쁨? 기쁨과 기쁨? 


그러다 어제 오랜만에 예전 회사 후배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아주 많이 아꼈던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함께 일할 때의 즐겁고 기뻤던 기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저 사람 왜 저래.' '일을 왜 저렇게 해' 이런 류의 말들을 훨씬 많이 했겠지만 그런 마음과 말들은 시간이 지나 어느덧 휘발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도 높은 기쁨들만 남아있더라고요. 


물론 그 친구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어서 그런 까닭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일하면서 느꼈던 기쁨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의 고단함과 어려움, 그리고 그것에 대한 극복을 말하는 사람들은 이미 많으니까 저 한 명 쯤은 일과 사람에서 느끼는 기쁨을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기쁨들이 있었기에 아슬아슬하지만 10년 넘게 이 아사리판...아니 일터에서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지금 느끼는 기쁨을 말하라고 하면 약간 멈칫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월을 보정하는 기억의 필터는 언제나 아련한 뽀샤시 모드니까 지나간 이야기라면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더 많을 만큼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여전히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점점 나이가 들수록 기쁘고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남겨두고 싶어요. 


그냥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고,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직군별 커뮤니케이션 팁이 될 수도 있고, 소심한 일개미의 치열한 생존기가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일단 좀 써보려고 합니다. 메모장에 습관처럼 막 계획을 세우고 목차를 세웠는데 어차피 그대로 될 것 같지도 않아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이것저것 다 써놓고 나중에 묶어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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