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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의 아는 이야기

<일의 감각>을 읽고

by 제일제문소

브랜드 또는 디자인 또는 마케팅 이 언저리에 있는 사람치고 저자인 조수용 대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리고 나는 특정 기간 그가 이끌었던 조직의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스타일을 매우 선망했었다. 좋아했다는 표현은 너무 소비자 관점의 1차원적인 표현 같다. 그 일원이 되어 일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선망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 선망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계속 동종업계의 미어캣 또는 소비자로 남게 되었다. 사실 카카오에서 그분이 했던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JOH에서 했던 일까지가 나의 최종 업데이트다. 네이버 그린팩토리가 좋았고, 매거진 B가 좋았다. 특히나 그린팩토리는 내가 브랜드와 관련된 일에 말뚝을 박게 만든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포장' 그 이상의 '경험'이었으니까.


이렇게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 대두될 때마다 이 동종업계 미어캣은 그 뒤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삽질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을 잘 구슬렸든 지랄을 했든 어떻게든 끌고 가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고, 본인의 네임밸류로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또한 엄청난 역량이다. 조수용 대표는 적어도 내가 아는 분야에서는 그 결과물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펙을 먼저 박는다.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롱블랙 인터뷰만 봐도 될 뻔했다. 제목처럼 성공한 사람이 해주는 (업계 사람이라면) 아는 이야기다. 세상에 숱하게 뿌려진 브랜딩 책들이 그렇듯이 추상적이고, 관심이 있다면 이미 여러 차례 봤을 저자의 프로젝트들이 레퍼런스로 붙어있다. 다른 브랜딩 업자들의 책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사업적인 결정까지 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 운영,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내용들을 꽤 비중 있게 끌고 간다는 점이었다.


책을 살까 말까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결국 안 사고 후배의 책을 빌려서 보았다. 이게 킥이다. 나도 업자다보니 어정쩡한 브랜드 출신 CMO가 쓰는 어쩌고 하면 거들떠도 안 봤을 텐데 저자의 이름이 주는 묵직함 때문에 그래도 구매를 고민했던 것 아닌가. 사람은 일단 본업을 잘해서 성공하고 유명해지고 봐야 한다. 그러면 내가 뭔 짓을 하든 사람들이 아름답게 포장해 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교보문고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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