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동반자를 잃는다는 것

엄마와 처음 떠나가 본 여행

by 시소


지난가을 병마와 싸우시던 아버지가 세상과
영원히 이별을 하셨다



5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를 잃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수족이 떨어져 나간 기분?
나의 정신적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기분?


우린 아마도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한 건 내가 아버지를 잃는다는 것과
엄마가 남편을 잃는다는 건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란 거다


<처음 가보는 여행>

기운이 영 없으시고 삶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엄마를 위해 나도 첨 해보는 모자지간의 여행을 준비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쯤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제주지사가 아버지 친한 지인분이셔서
공항부터 여행하는 2박 3일 동안 차량부터
고급 숙소까지 호화스러운 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제주도 얼마만이야?"
엄마에게 돌아온 대답은 38년 만이라는 답이었다
그간 자식들이 얼마나 부모에게 무관심했는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솔직히 그 중간에 엄마 아빠는 제주도 몇 번은 다녀오신 줄 알았다


<설렘과 걱정>

친구가 들려준 말이다
너도 시간 내어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가보라고
난 첨에 에이~엄마랑 둘이 여행을 어떻게 가~?
그리고 들려오는 친구의 여행후기와 사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나오는 샘을 어찌할 수 없었다

숙소부터 렌터가 여행코스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전에 가던 와이프와의 여행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전에 같았으면 택시나 지하철을 타고 갔을 공항부터 달랐다
다리가 아프신 엄마를 위해 자가용을 가지고
공항에 주차하는 것까지
나도 모두가 첨 해보는 일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엄마도 이번 여행을 위해
며칠 전에 병원에 가서 다리에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아들과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하신 거 같아 마음이 울컥했다

38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는 엄마에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땐 남편, 아들과 함께 했던 여행이었지만
지금은 남편 없이 모자가 함께 하게 된 이번 여행이 엄마에겐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생각>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할머니의 전설이 있는 외돌개
해 질 녘의 저 드넓은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에 잠기셨을까?
엄마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겨울에 가지 말걸 그랬나..
사진을 보니 쌀쌀한 겨울 날씨가 더욱더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회상>

38년 전 제주를 찾았던 그즈음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면 여수 오동도에도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보았던 동백꽃을 다시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활짝 웃는 엄마의 모습 오랜만에 보는 거 같습니다
동백꽃을 좋아하신다는 엄마의 이야기도 처음 듣고
회를 좋아하신다는 엄마의 말도 처음 듣고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빠의 이야기도 처음 듣습니다
나는 여태껏 부모에 대해 무얼 알았던 걸까요?
여태껏 반대로 알고 사다 드렸네요.. 휴~

엄마 저녁은 회 드시러 갑시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광어회 드시러 갑시다

실컷 드세요.. 엄마



먼저 아버지를 떠나보낸 친한 친구가
저보고 한 1~2년은 고생할 거라며 위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지나야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나지 않을까요?
전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영원히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이젠 엄마보다 키가 훌쩍 더 컸지만
아빠의 빈자리를 제가 채워드릴 수 있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해봅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엄마는 무슨 생각에 잠기셨을까요?
짝을 잃은 슬픔을 남이 알 수 있을까요?

인생의 동반자를 잃는다는 거~~

엄마가 요즘 몸이 많이 아프셔서 걱정입니다
하루빨리 기운 차리시고 일상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남편 잃은 마음 누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옆에서 바라보는 자식들 마음은 많이 아프기만 합니다



사랑해요 엄마~
오래오래 나랑 함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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