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섬망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진 않다

섬망의 기억

by 시소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다
항상 긴장을 하고 있던 터라 금세 수화기를 들었다
다급한 목소리에 병원 간호사였다

"권 00 보호자 되시죠?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셔야겠어요 아버지가 큰일이에요"

빨리 와달라는 간호사의 말에 허겁지겁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가 계신 일산병원은 간호병동이라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없는 병원이었다

차에서 내려 허겁지겁 입원실이 있는 8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아버지가 계신 병실로 찾아가려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될 광경을 목격하였다

복도엔 피로 물들어 있었고 링거줄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기 도전에 약제실 쪽에선
괴성이 들려와 아버지가 그쪽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간호사들이 있는 중앙센터를 지나 약제실로 들어가 아버지에 모습을 보는 순간 목이 메어
그 자리에서 난 울음을 터트렸다

손과 발목은 침대에 묵어져 있었고 환자복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채로 내가 있는 반대쪽을 바라보며 눈은 반쯤 돌아간 채로 씩씩거리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병실에서 링거를 빼 버리로 난리를 쳐
간호사들이 어렵사리 침대를 빼와 약제실로 옮겨다 놓았다고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정말이지
내가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아버지를 저곳에서 하루빨리 데려 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섬망"이란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섬망이란 말기암환자나 수술을 한 환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 심신이 약해지거나
심한 약물중독으로 인해 뇌에 전반적으로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사람은 인지하나 사람을 못 믿고 약물투여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투여 중인 링거를 빼버린다던지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도 폭력적으로 변하고
가까이 있는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설을 하는 등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망 전 섬망 증상으로 환자 본인이나 식구들 모두에게 심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아버지 역시 오랜 병원 생활과 말기암 환자들에게 투여된 각종 약들로 인해 섬망 증상이 나타난 걸로 보인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형과 나는 담당의사의 설명을 듣고
서명란에 사인을 하였다
섬망 증상이 나타날 시에 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침대에 묵어둘 수 있다는 동의서였다
자식으로서 차마 못할 짓이었다

아버지의 증상은 날로 심해져
배에는 복수가 너무 많이 차 숨쉬기가 힘들었고
얼굴을 뺀 나머지 온몸은 퉁퉁 부어 있었다

몸도 몸이지만
아버지는 한 달여를 섬망으로 고생하셨다

섬망은 치매와는 다르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괜찮아지기도 하는데
대게는 1~2주 정도 가다가 주위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괜찮아지다가
다시 발병하기를 반복한다
사람을 알아보다가 못 알아보다가를 반복하신다

회사가 끝나고 매일같이 병원엘 갔다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어 차로 가면 2시간이 넘게 걸려 지하철을 타고 빨리 가지 않으면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병원에 있지 못하는 엄마를 모시고 저녁을 함께 먹은 후 엄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오곤 했다

섬망이 언제나 끝날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아버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를 섬망 때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땐 그랬다

지금은 섬망 때의 아버지의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따뜻한 온기가 있던 퉁퉁부은 발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싶다

면도라도 한번 해드릴걸

숨쉬기가 힘들어 바짝 마른 입술
입술에 붙은 딱지라도 한 번 더 떼어드릴걸

욕창이 생겨 이불에 상처가 붙어 돌아 뉘 울 때
살점이 떼어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던 아버지

문득문득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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