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단상(斷想)
처음 받아보는 엄마의 문자메시지
나에게 엄마란 존재는 예수님 같은 존재다
내가 교회를 다니지 않아 예수님의 존재가 어느 정도 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나에게 엄마는 예수님 보다도 더 큰 존재다
어렸을 적부터 항상 위아래 색을 맞춰 입히고
이 바지엔 이런 컬러의 윗도리를 입어야
너의 하얀 얼굴이 돋보인다고 말씀하시던 엄마
시부모 모시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과 시누이.. 그리고 우리 삼 남매를 키우며 서울이었지만 시골 같았던 동네에서 살림살이 하나 변변치 못한 시집살이 중에서도 항상 내 옷만큼은 메이커를 입혔던 엄마
그런 엄마는 형제가 없고 그로 인해 나에게도 당연히 이모가 없다
어린 시절 남들 다 있는 이모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커서 알았다
엄마가 무남독녀라는 걸
나에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없다
어린 시절 남들 다 있는 외갓집이 있었으면
하고 바 랏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엄마 어릴 적 일찍 돌아가셨다는 걸 커서 알았다
그래서 할머니가 보이지 않게 엄마를 많이 무시하고 구박했다
그런 엄마가 난 항상 안돼 보였다
어린 눈에도 그게 보일 정도이니 엄마가
숨죽여 우신 날도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해본다
그때나 지금까지도 나의 외가에 대해선 말해준 사람도 들어본 일도 별로 많지 않다
그저 충청도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이 엄마가 태어나 자란 곳이란 것만 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으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우리도 그냥 그렇게 나이가 들어갔다
이제 엄마의 친정에 대해 안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단지 내가 지금의 나이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 숱한 날을 참고 참으며 살아왔을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그냥 슬프다
그런 엄마가 요즘 힘이 많이 없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땐 농담처럼 아빠 돌아가시면 단풍구경도 가고 수영장 아줌마 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하시라고 했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영 힘이 없어 보이신다
수영장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뒤 론 한 번도 가지 않으셨다
엄마가 그렇게 원수 같다고 했던 아버지가
엄마에겐 어떤 존재였을까?
엄마와 11살 차이가 나는 남편
아마도 엄마에겐 아빠 같고 오빠 같고 남편 이상의 커다란 산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서울에 있는 이모집에서 고아처럼 살다가 아버지를 만났으니
그 사연이야 잘 모르지만
엄마의 이모집을 벗어난 기쁨도 잠시
다시 시작됐을 어린 나이의 시집살이
난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엄마가 요즘 여기저기 많이 아프시다
의지하고 살았던 남편이 먼저 떠나 모든 일에 의욕이 없으신듯하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다시 웃음을 되찾으실 수 있을까
미운 정이 많이 들으셨나 보다
50년 지기 남편이 먼저 떠난 세상을 혼자 견뎌내야 할 엄마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엄마의 어린 시절
왜 진작 엄마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하고
엄마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나 늦은 후회를 해본다
엄마는 아마도 우리가 빨리 어른이 되어
엄마의 편에 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이제 내가 엄마가 바라던 든든한 아들이 되었지만
어느새 엄마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버렸다
아침에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엄마에게 처음 받아보는 문자였다
엄마의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설날 5일 전
엄마 입장에선 설날 5일 전은 아들의 생일이 아니라 우리 집에 가래떡을 하는 날이다
할머니와 방앗간에 가서 한참을 기다리다
스테인리스 다라에 흰 가래떡을 담아 집으로 가져온다
한옥이었던 우리 집의 대청마루에 나무로 만든
벽돌 모양의 받침대를 2개 가져다 놓고
그위에 떡 다라를 올린다
제일 먼저 내가 절을 한다
조상에게 바치는 의식 같은듯하다
뭔지도 모르고 절을 한번 올린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아무도 생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내 생일은 가래떡을 뽑는 날이다
그런 나를 항상 안타까워했던 우리 엄마
만삭의 몸으로 설 준비로 전날 늦은 밤까지 두부를 하고
엄마가 먹지 못하게 할머니가 표시를 해두고 들어가셨다 한다
못 먹게 하니까 더 먹고 싶었다 한다
그때 엄마 나이 스물넷..
냉수를 부어 차가워진 두부가 너무 먹고 싶어
두부 한모를 밖에 서서 다 먹고
그게 탈이나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다
아침 7시가 되어 날 낳았다고 하셨다
하마터면 재래식 화장실에 날 빠트렸을 거라고
엄마는 내 생일이 돌아올 때쯤이면 그 얘길 매번 하신다
삼 형제 중 나만 집에서 낳았다
유난히 추웠다던 그해 겨울
그렇게 엄마와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났다
윗풍이 쌔서.. 코가 항상 빨겠다던 나를 꼭 안아주었을 엄마!
이제는 내가 엄마를 꼭 안아드리고 싶다
오늘은 엄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