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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Aug 07. 2022

오지랖

오지라퍼가 된 기분

어제 동부이촌동엘 갔었어요

약국에 잠깐 들러 이웃님이 알려주신 버물리 투명 스티커 사고 차 있는 곳으로 몇 발자국 걸어오는데 뒤에서 어느 분이 자꾸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천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쥔 채 돈 흘리셨다며 저에게 천 원을 건네주시는 거예요

저도 얼떨결에 내 돈이 맞나 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돈을 받아 들었죠

아.. 네.. 가.. 가.. 감사합니다.. (머쓱)

그러면서 그분과 지나치며 순간 드는 생각이

어?.. 나는 천 원짜리가 없었는데?


저는 약국에서도 카드로 계산을 했고 역시나 지갑을 열어봐도 천 원짜리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분이 흘린 돈을 제 주머니에서 떨어 트린 줄 알고 저에게 찾아준 고마운 분이셨어요..ㅎㅎ


암튼 내 돈도 아닌데 내 돈처럼 받아 들고 차로 돌아가는데 바닥에 신용카드 한 장이 보이는 겁니다



본능적으로(땅그지?.. ᄏᄏ) 나도 모르게 카드를 주워 뒷면을 보니 유효기한도 많이 남아있고

아무래도 누가 잃어버린 듯 보였습니다


순간 드는 생각이

그럼.. 아까 그 천 원과 함께 누가 잃어버린 건가?


그러면서 안 해도 될 오지랖을 부렸습니다

국민카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고객센터 전화 끊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카드.. 주우신.. 분이 신가요?"

"아.. 네.. 맞습니다"


"혹시 어디 계세요?"


얌마 어디 있냐가 먼저 가 아니라 일단 보관하고 전화까지 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먼저 아니냐?..ㅋㅋ

젊은 남자분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였습니다


암튼..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다

얘 말을 들어보니.. 살짝 말꼬리를 흐리는 게

나 있는 곳으로 별로 찾으러 오고 싶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그럼.. 그냥 카드 폐기할까요?"내가 먼저 물었죠

"아.. 네..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제가 카드 다시 만들겠습니다.. 그냥 버려주세요"

이러는 겁니다


출발한 지 멀리 가지도 않았고 보통의 경우엔 찾으러 오지 않나요?

살짝 놀랐습니다

신용카드 잃어버리면 찜찜하지 않나요?


신용카드 새로 만들려면 귀찮고 다시 받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불편하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한 내 모습이 갑자기 오지라퍼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전 신용카드를 만들기 어렵던 시절

신용카드 한 장 가지고 있으면 그렇게 든든하고

만약 신용카드를 잃어버리면 큰일이라도 생기는 양 여기저기 전화해서 취소하고 그 사이 결제된 건 없나 걱정하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그런 걱정을 안 하는 듯 보여

아~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요즘 남의 신용카드를 습득해도 누가 쓰겠습니까만 은..

예전엔 신용카드 주우면 썼거든요..ㅋㅋ

물론 간땡이 부운 범죄지만 범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카드 주인의 몫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지랖 -

이 일 저 일에 관심도 많고 참견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오지라퍼 -

오지랖이 넓으면 그 안의 옷을 다 가리니 남들 앞에 나서서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참견하며 따지는 모양새가 이와 닮아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신조어로 '오지라퍼(오지랖+er)'라고 부른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자칫 꼰대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꼰대인가?


요즘은 세상이 흉흉하여 길 가다 사람이 쓰러져있어도 그냥 지나치라고 가르칩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겁니다


오지라퍼가 괜히 실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에 약간은 어수룩한 오지라퍼가 늘어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마움을 고마움으로 받아들였던 세상!

옛날이 그런 건 더 좋았던 세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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