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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지 Jan 10. 2021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미친상사 대처법

스토커 같은 상사의 스토커 되기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미친 상사를 대처하는 법은, 역으로 그 상사를 스토킹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국적, 스타일의 상사를 모시면서 느낀 것이지만, 조직에서 상사는 무조건 '모시는' 것이라는 마인드가 맞고 스토킹을 싫어하는 상사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스토킹이라 하면 그 사람의 취향(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사람이 일하는 스타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 그 사람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들, 생각 등등을 최대한 알려고 노력하고, 기억하고 그 사람보다 한 발짝 앞서 원하는 걸 주는 것이다.


Action plan은 다음과 같다.


1. 상사의 모든 이메일엔 당일 회신이 기본이다.  

- 오늘까지 답을 못하는 것이라면 현재 상황과 어떻게 처리 중인지, 언제쯤 원하는 답을 줄 수 있을지 업데이트

- 팀원들 전체 메일 공유한 것도, 따로 회신을 하며 내가 하고 있는 부분 업데이트해 줄 것.

- 모르겠는 건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재빨리 말하고 (제발 모른다고 뭉개지 말자), 관련 담당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든 해결책에 대한 도움 청할 것.


2. 상사가 물어보기 전에 내가 하고 있는 일들, 방향성을 명확하게 공유할 것.

- 내가 무슨 일 때문에 바쁜지,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는지 상사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상사가 그걸 모른 다면,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즉 상사를 내가 사랑하는 연인 대하듯이, 나에 대해 의심하거나 궁금하게 만들면 안된다.

- 올해 나의 KPI* 현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줄 것.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오늘 뭣 때문에 바쁜지 잘 모른다. 보통 자기 업무에 대한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눈앞에 닥친 일 하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업무 우선순위는, 올 한 해 나의 KPI를 기준으로 분기/월/주 단위 목표에 맞춰서 정해져야 한다. 나의 경우 엑셀 파일로 내 모든 업무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서 상사와 리뷰할 때마다 보여준다. 그러면 상사가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들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업데이트해 줄 수가 있다.

*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줄임말로, 자기 성과평가 지표이다.


3. 상사에게 피드백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물어볼 것.

  - 사실 내공이 가장 많이 쌓일 때는, 듣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 알고 싶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의 경우 매니저랑 1:1 미팅을 하고 나면 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는 편이고, 믿을만한 동료들에게도 나에 대한 피드백을 가끔 부탁한다. 최근에 받은 피드백 중엔 내가 일을 너무 혼자 다 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되어 사람들이 일을 못하니까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근본적인 나의 잘못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대해 동료들과 충분한 정보 공유를 우선순위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내가 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서 결과만을 공유해 왔는데, 분명 그런 면들이 의도치 않게 나 혼자 다 해 먹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걸 피드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4. 상사가 나보다 그릇이 작더라도, 일단 내가 그 조직에 속해 있는 동안은 상사를 최대한 모시는 것이 맞다.

- 일 못하는 상사는, 내가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 날 질투하는 상사는, 시간을 가지고 내가 너의 편이라는 걸 끊임없이 보여주고,

- 뒤통수를 치는 상사도, 사실 내 편으로 만드는 걸 실패해서 뒤통수 맞은 것임을 인정하고, 빨리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게 서럽고 수치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좋으나 싫으나 나의 평가권을 쥐고 있는 것은 매니저이다. 가장 멋진 복수 방법은 매니저가 나 없으면 힘들어지게 만들고 나서,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며 쿨하게 사표 던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까지 상사를 구워삶아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다.


회사에 있는 동안 나의 '평판'은 다음 회사에 이직할 때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매우 중요하므로, 그런 그릇 작은 매니저 때문에 나의 커리어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절대 안 될 말이다. 따라서 매니저의 그릇이 작으면 작을수록, 그릇 큰 내가 그걸 품어준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혹여나 내가 일 좀 잘한다고, 상사한테 악감정 있다고, 하극상 같은 악수를 두는 것은 절대 노노이다.

아무리 일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조직에선 대체 가능한 1인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도, 짐쿡이라는 멋진 CEO로 대체된 걸 생각해보면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관련하여 좀 더 자세하게 적은 상사 유형별 대응 방법은 퍼블리에 기획 연재 하였으니 참고해주세요!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상사, 유형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 PUBLY


* 에피소드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저의 블로그 blog.navrer.com/pingji625 의 업무레시피 메뉴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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