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뒷모습을 보고 느낀 점.
이 글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수필집 129페이지에 나오는, 이슬아 작가가 자전거 타는 남동생의 뒷모습을 보고 느낌 감정을 한줄로 표현한 문장이다.
일상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긴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컴퓨터앞에 앉아서 글을 쓸만큼의 우선순위는 오지 않을 만큼 늘 해야만 하는 일들이 내 앞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던 날들이었다.
한달동안 싱가폴 집을 비우고 다른 두 나라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살다가 밤늦게 와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할 것만 같던 양의 짐들 중 겨울 왕딸기, 명란젓, 씨앗젓,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러나 외국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서울우유 커피맛 작은곽 (큰곽이 아니라 작은 곽이 딱 내가 좋아하는 사이즈다) 세 개를 일단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집을 잠잠히 둘러보며 느낀 점.
나는 한달 전의 나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바로 내 남동생 때문에.
집을 비운 한달 동안은 남동생과 같이한 여정이었는데, 남동생과 꽤 오랜 일상을 함께 살면서 자꾸만 생각나는 분이,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님이었다. 그 분이 쓴 책을 2021년에 읽고 마음 속에 남은 것이라면, 청소와 정리정돈을 매일 하면서 수행하듯 살아가는 그 단박한 모습을 닮고 싶다였는데, 정말로 그런 일상을 몸소 살고 있는 남동생을 보니까 옆에서 보면서 겸허한 마음까지 들었다.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몰랐는데, 남동생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까.
아마도 사업을 하면서 단련된 생활 습관일 것이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이, 산전수전공중전으로 펼쳐지는 날들을 보내며, 그 복잡하고 불안하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것은 깨끗하고 단정한 집일 테니까.
싱가폴에 돌아와서 한바탕 집정리를 하고, 손웅정님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라는 책을 다시 읽었다.
축구 선수, F&B사업가, 월급쟁이 직장인.. 우리가 모두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절박한 마음, 감사한 마음, 조심스러운 마음들은 똑같았으니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참 위안이 됐다.
아래는 좋았던 구절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건강과 신념뿐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삶에서도 한계치를 알아야 최선의 것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그 최고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다음이 존재한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삶, 성장하는 삶이. 우리는 어쪄면 매 순간 성장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감사한 마음. 그래서 조심스러운 마음.
운칠기삼. 모든 것은 운이 좋아 이루어진 일이기에 삶 앞에서 겸소한 마음. 초심을 지키는 마음.
이 마음들이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것을 초월하는 존중과 존경이 함께 있어야 한다."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 담담했다." (손흥민 선수가 2019년 12월 8일 번리전 경기에서 단독 질주로 멋진 골을 터뜨렸을 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 했을 때를 읽으면서 그 마음이 너무 공감되어 읽는 나도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1990년, 난 결국 은퇴했다. 아쉽고 아쉬었다. 너무도 뛰고 싶었다. 아쉽고 허무하고 눈물도 났다. 꿈속에서의 나는 뛰고 있었다. 하지만 원망하고 후회하고 방활할 시간은 없었다. 그건 사치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잃는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나'다."
"손웅정이 막노동관에서 일한다고 수군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남들이 하는 소리에 잠깐이나마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졌다. 일이 창피한 게 아니라 그걸 창피해 했다는 것이 창피한 거였다. 낮은 자세로 삶을 대해야 했다. 그러자 마음이 누그러졌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계속되는 하루 필수 일과이다. 청소와 운동만큼 삶의 기본이 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좋은 지도자란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은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에 본 흑백요리사 2에서 최강록님의 요리를 보고 든 생각이기도..)
"그것은 내가 축구라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입장료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발버둥 치면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을, 삶은 가르쳐준다."
"내 삶인데 왜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가. 그 간단한 바람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 일찍이 알 수밖에 없었다. 참 지난하고 반복되는 삶의 가르침이었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라고 주인공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런 삶을 산다는 건 정말 피똥싸게 힘들다.. 배수의 진을 치고 살지 않으면 그렇게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선택,
그런 건 내 삶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도 고생이라고 입에 올리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내 소신껏 반항하고 원 없이 버텼다. 어리석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지켜야할 삶의 가치들 몇 가지를 얻었고, 쉽게 꺾이지 않았다. 감사하다. 그만하면 되었다 싶다."
"생활은 어려워졌지만 그 힘든 상황에서도 내겐 변하지 않는게 하나 있었다. 생활 리듬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었다."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이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내가 처한 복잡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것만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이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성인 축구판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와도 전혀 고려치 않았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이었다."
"욕심이 차면 그 틈새로 따라 붙는 것이 불안과 초조이다. 네가 행복하면 됐다. 이 마음이면 충분한 것이다. 우리가 각자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사느라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입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안주하고 있으면 언제나 쫓아오는 상대에게 쫓기는 삶을 살고 만다.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살고 만다."
"내가 축구라는 매개로 의도하는 모든 행위는 딱 한마디로 줄이면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어떤 일을 하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바르고 곧아야 한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잊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혼자 학교에 남는 것이 개운치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게 끝이다. 나의 짦은 대학 생활의 끝. 막막했지만 늘 그랫듯 다시 시작하면 되었다. 내 삶을 돌아볼수록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난 삼류 선수였지만 삶의 순간순간 나를 살리는 운이 한번씩 찾아와 주었다."
"번 돈을 그대로 다 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행복과 성장'이다."
"그만둬야 할 때 그만두는 것도 용기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의 행로가 엉키게 된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 시간은 두 시간 이상을 할애하는데, 청소하는 시간은 나에게 사색의 시간이다. 마치 산책과도 같고 때론 참선과도 같다. 만복되는 동작 속에서 물결치던 마음은 고요히 정돈되고,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몰랐던 질문의 해답들이 우물처럼 차오른다."
"성공은 선불이다. 그건 분명하다. 성공은 10년 전이든 15년 전이든 내가 뭔가를 선불로 지불했을 때 10년 후에든 15년 후에든 20년 후에 성공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환경은 매끄럽지 않았고 매 순간이 극적이었으나 그러다 보니 위기 대처 능력도 길러졌고 결단력 하나는 자신이 생겼다. 돌아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들이 없다. 살면서 그런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된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 영혼이 상하는 일은 하지 마세요. 여기가 직장이기 때문에, 일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상황에서 참고 그러지 마세요"
"누군가 내 영혼을 짓밟으며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아니요"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 욕심을 내려놓은 사람, 바라는 게 없는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 나의 명리학 스승님이 나에게 해 준 피 땀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산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본 느낌이었다.
진정한 감사와 하늘의 은혜를 몸소 깨닫는 날부터 인생은 질적으로 크게 바뀌어요.
피땀눈물. 흔히 말하는 비유적 표현인데요.
이것들이 사람의 인생을 크게 바꾸고 발복의 계기가 되곤 합니다.
피. 죽을 고비와 생명이 위태로운 위기를 넘겨본 자.
땀. 존경받을 만큼의 처절하고 절박한 노력을 해본 자.
눈물. 남들은 짐작도 못할 인생의 깊은 슬픔이나 한맺힘, 뼈아픈 고통을 겪어본 자.
이러한 피땀눈물을 맛본 사람들은 인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의미한 것과 소중한 것을 확실히 알고 사는 인생이 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돈만을 좇지도 않고, 깊은 감사함을 품고 살며, 더 큰 섭리가 존재한단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잘난척을 하지 않으며, 남들의 비극에도 공감능력이 매우 크죠. 처절하게 힘들어본 사람이 남도 돕는 거예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걸 알기에 허투로 살 수가 없고, 부질없는 것에 매달리지도 않아요. 질적으로 인생이 크게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