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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rnd Mar 08. 2023

Text의 세상에서 Voice의 세상으로

오늘도 코딩과 운동 없음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

요1:1


사람은 언어 가운데 살아간다. 매일 말을 하고, 매일 말을 듣고. 말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힘을 얻기도하고 상처를 주기도하고. 말로 가르치고 배우고. 다른 사람들을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고, 또는 내가 원하지 않는 대로 만들기도하고. 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각도 언어로 하고 기분도 언어로 느낀다. 언어 이상의 것을 생각하는 건 거의 없다. '세상은 원자와 빈 공간뿐, 나머지는 의견이다.'라는 데모크리토스의 말은 우리가 느끼는것 마져도 언어로 인식함을 방증한다. 인간은 모두 언어 안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다 같은 언어는 아니다. 그것을 오늘 깨달았다. 나는 Text, 즉 활자의 언어 안에서 살아왔다. 나의 말은 머릿속의 글을 읽는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머릿속에서 받아 적어 읽었다. 이 말이 이해되는 사람이 있을까? 나의 언어는 문자였던 것이다. 마블이나 스누피같은 코믹북, 우리말로 만화책을 생각해보면 된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영어 만화책의 문자는 유난히 더 튀어나와 보인다.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기도하고, 말이 아닌 문자로 느껴진다. 놀랐을 때의 'Oops'는 '놀란 표현이네'라고 읽힌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는가? 대부분 이상한 소리로 알겠지.. 각자 자기의 언어로 살아갈테니깐. 그 세계에선 그것이 네이티브인 것이고, 다 그런거라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말을 Sound로 듣는 사람. 성대모사를 잘하는 사람들이 신기할 때가 있었다. 이 사람들은 같은 문장을 들어도 글자로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듣는다. 영어 발음도 인텐시티도 기가막히게 따라한다. 예를들면 김영철. 


그리고 오늘, 음성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음성의 세계에 살 것이다. 말을 Voice로 알아듣는것. 음성. 

음성은 소리, 즉 파동이지만 의미를 가진 파동이다. 그렇기에 내 몸에 그 파동이 닿으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파도가 바위를 깎듯이 몸 안으로 파고든다. 에너지이다. 


요한복음의 말씀은 음성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음성. 나는 말씀하면 성경을 떠올렸고, 성경은 글자이기에 텍스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음성이다. 하나님의 말소리. 굉장히 저음의 파동일것 같은 느낌. 그 말씀이 모든 세포들에 에너지를 전달하여 세상을 변화시킬것 같은 그런 목소리. 음성은 무언가를 변화시킨다. 


우리 삶도 그렇다. 친구의 조언을 내가 텍스트로 받으면 깨달음이 나오지만, 음성으로 받으면 변화가 일어난다. 텍스트는 인사이트를 주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목소리이다. 나는 목소리의 세계를 알지 못했다. 


30년이 넘도록 텍스트로 사고하고 텍스트로 말하고 들었는데, 책을 음성으로 듣듯이 읽어낼 수 있을까. 나는 중요한 말이나 좋은 강연을 들으면, 무조건 받아적으려했다. 기억의 외주화다. 그러나 다시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다시 읽어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깨달음의 감정은 있으나 변화가 없었다.

일단 타인의 말을 Voice로 들어보고자 한다. 


ChatGPT의 시대다. 누구보다 그럴듯하게 글을 써내려가는 이 친구는 우리에게 지식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주는 것은 음성이다.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음성이 아니다. 음성은 반드시 사람과 사람이 전달가능하다.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갈지는..  그러나 아무튼 사람을 바꾸는 것은 사람의 음성이다. 

Voice. 나는 이제 세상을 Voice로 인식하려한다. 

이것이 꼭 맞는건 아닐수도있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너무 Text로 살아왔으니 보이스적 삶도 살아봐야겠다. 




운동과 코딩. 오늘 안하고 결국 text만 잔뜩 썼네.. 엄청난 문어체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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