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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rnd Feb 03. 2016

인생이라는 과학

초운 김승호의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을 읽고


대체 주역을 읽고 어떤 후기를 남겨야 할까. 


주역이라는 말은 살면서 몇 번 들어본 적도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편견 없이 접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논어, 맹자와 같은 한자 성어들이 있는 동양 고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주역의 역이 역술원의 역과 같은 것임을. 사주팔자며 풍수지리 등도 주역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주역은 바로 동양의 점술서인 것이다. 


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편견으로 주역을 읽기 시작하였다.  점술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으로 읽어보자고. 책의 저자 역시 신비보다는 논리와 흐름으로 주역의 기초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역의 세계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주역은 삼라만상과 인생을 논리로 풀은 수학이었다. 


구름이 모이더니 맑았던 하늘이 어둡게 변한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분다. 이는 분명 소나기가 온다는 징조이다. 올 겨울은 정말 무척 춥다. 몇 년 만의 서울의 한파경보라고 한다. 나는 도통 왜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이번 겨울이 제일 추운 느낌이다. 신문에서는 북극의 제트기류가 생성되지 않아서 추워졌다고 한다. 이렇게 날씨는 계절에 따라, 날에 따라 변화한다. 소나기와 같이 내가 읽을 수 있는 신호가 있는 반면에 나는 대체 이해가 안 가는 강추위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날씨는 흐름이 있고, 기압 및 바람 방향 등에 따른 요인이 존재한다. 과거와 현재에 따른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주역이 바로 이것이다. 


易(바꿀 역).

모든 것은 변화한다. 변화라는 것은 시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주고 현재는 미래에 영향을 준다. 이것이 주역의 원인과 결과이자 시간의 흐름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의 속성을 둘로 나눌 수 있다. 움직이는 것, 밝은 것, 태어나는 것 등은 양이고, 가만히 있는 것, 어두운 것, 죽는 것 등은 음이다.  주역은 이렇게 모든 것을 양과 음이라는 속성으로 분류 및 기호화시켰다. 그리고 기호는 언어로 구구절절이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여 우리의 생각 역시 단순화시킨다. 기호들은 원인과 결과의 흐름에 맞게 3겹으로 쌓여 만물의 뜻을 표현한다. 이것이 태극기에도 나오는 팔괘이다. 그리고 그 팔괘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따라 상하의 괘상으로 나타낸다. 이것이 8X8 64괘이다. 이 64괘의 기호들을 다시 언어로 해석하여 속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파악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한 64괘와 주역의 원리이다. (이 한 단락 작성하는데 40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책을 뒤적거리며 적었으나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 주역은 평생 공부하는 것이라니깐, 후일에는 잘못된 것을 발견할 수 있겠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팔짱을 낄 때가 있다. 그러면 상대도 자연스럽게 팔짱이 올라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내가 웃으면서 인사하면 상대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무표정으로 인사하면 마찬가지로 상대로 무표정으로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하는 대로 상대도 그대로 하는구나. 내가 발견한  인간관계의 법칙이다.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구멍이 생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업무처리의 법칙이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인생의 공식들이 존재한다. 주역은 이러한 법칙들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했던 일들을 보고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 돌뿌리를 밟았다면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역을 공부하게 되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곰곰이 파악해볼 수 있고, 미래를 대처하거나 현재를 준비할 수 있다.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으니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고, 모든 일에 소홀히 행하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삶에 더 가까워져 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삶은 우발적이고 인연은 우연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제의 작은 결심이 오늘의 행동이 된다. 오늘의 짧은 게으름은 필연적으로 내일의 허겁지겁이 된다. 매 순간, 매 호흡을 반성하고 대비할 때 당연하게도 내일이라는 하루를 지배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인생의 법칙이 아닐까 한다. 주역은 오늘을 통해 내일을 예언하게 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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