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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Jul 25. 2022

당연한 것에 대하여

당연한 것들은 사실 기적이다 

오늘 이 험난한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한 내 몸에 감사하는 밤을 보내세요.


요가 선생님이 수업이 끝난 후에 하신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있다. 평소에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건강한 신체에 대해서. 그전까지는 단언컨대 단 한 번도 험난한 요가 동작들을 해낸 나의 건강한 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날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지금의 건강한 신체가 없었으면 내가 해왔던 모든 행동들이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마음 깊이 감사했다.


오래전 일주일 간 연수를 갔던 적이 있다. 경기도 끝자락에 위치한 연수원 근처엔 편의점 하나 없었고, 입소 이후에는 급한 상황 말고는 차를 가지고 외부로 나갈 수도 없었으며, 차가 있더라도 운전을 못하는 나에게는 혼자서는 밖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 일주일이 나는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그 일주일 간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예민한 룸메이트, 불편한 잠자리, 공용 샤워시설도 아닌 갓 추출한 샷에 얼음이 가득 찬 아메리카노였다. 일주일 간 머릿속에는 컵 표면의 물방울이 맺힌 진한 에스프레소로 가득 찼다. 7일 밤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작은 카페에서 만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내가 살면서 마셨던 커피 중에 단연코 최고였다. (지금도 그 청량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하는 청량하고 행복한 삶이 나에게 너무나도 당연했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들은 대개 사라지고 나서야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평소엔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내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다가 후회한다. 어느 순간 깨달았음에도 다시 또 금방 잊는다. 사실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당연한 것들은 사실 전부 감동이며 기적이다.


오늘 하루는 늘 당연하게만 여겼던 나의 사람과 사물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며 보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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