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꾸준함이 살린다
와우!
태어나 처음으로, 그러니까 34년 만에 세상에서 제일 공평한 일을 찾았습니다. 그 일은 정말 힘들고 그 과정이 매우 고단해서 중간에 다시 포기했다가 또다시 했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하는 일인데요. 반면, 제가 겪었던 그 어떤 일과 비교해도 가장 짧은 시간에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입니다. 왜 이제서야 알았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가 웃었어요. 답은 뻔하니까요. 위에 적은 것처럼 저는 그 일을 여태까지 했다 안 했다, 또 안 했다 했다만 했으니까요. 그 일에는 '꾸준함'이 빠져있었던 겁니다.
그랬던 제가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그 일에 꾸준함을 더해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말랑말랑한 제 살이 단단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그 과정은 어려웠습니다. 한동안 입안에 물집을 달고 살았고, 상처들 때문에 단짠음식도 포기해야 했죠. (물론 몸에는 훨씬 더 좋았겠죠..?) 팔과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온몸이 맞은 것처럼 아팠어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게 맞나, 오히려 피로를 더 키운다는 생각에 3개월 결제 기간만 채우고 그만두자는 다짐도 했어요. 그랬던 제가 지난주에 또 등록비를 내고 같은 장소에서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오늘은 문득 팔, 다리, 배와 등에 불쑥 튀어나온 근육들을 보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딴딴 아니고요, 힘을 줘야지만 근육들이 고개를 내밀어요.) 그동안 뇌는 저에게 수도 없이 포기할 기회를 주었지만 저 이번만큼은 뇌 속임에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어요.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최소 주 3일, 컨디션이 좋을 땐 그 이상으로 꾸준히 요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쉽냐고요? 아...니...요.. 여전히 뇌랑 싸우고 지고 또 속아요. 그리고 꼭 이따끔씩 '왜 이렇게까지 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혀서요, 수업 한참 전에 책 한 권을 들고나와서 같은 옆 건물 1층에 있는 메가커피에 갑니다. 그럼 그날은 성공이예요.
오늘도 요가를 다녀왔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근육이 전보다 좀 더 단단해짐을 알아차리고는 인생도, 일도 문득 요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요새 일이 잘 안 풀려서 마음이 많이 무거운 상태였거든요. 막연한 불안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언제까지 견뎌내야 할지 앞이 막막했는데 오늘 문득 요가를 제대로(?) 시작한 올해 1월이 생각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불평하면서도 끝끝내 흔들리는 스스로를 부여잡고 참여했던 요가 수업, 체지방이 빠져나가면서 얻게 된 몇 주간의 몸살 기운과 과한 피로, 하얗게 퍼졌던 물집들은 안 그래도 어렵게 붙잡은 제 자신을 더 흔들리게 했죠. (얼마나 운동을 안 했으면 그 정도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도 이런 엄청난 요가 학원과 선생님이 처음이라서요. 요가만으로도 몸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꾸역꾸역 몸을 움직여 오늘까지 오게 된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지더니 제가 지금 일적인 면에서 마음과 정신이 단단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월에 요가로 그렇게 고생을 했던 것처럼, 조금 아픈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거구나,라고 처음 생각했거든요. 참, 별 대단한 일도 아닌 것 가지고 이렇게 길게 얘기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요가가 올해의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스스로가 참 예뻐 보이고, 대견해 보이는 귀한 선물을 받았네요.
20년 넘게 요가를 해오신 선생님도 요가는 여전히 어렵다고 하셔요. 안 그래도 뻣뻣하고, 배우는 속도도 더딘 저에게는 앞으로 더욱 험난한 길이 되겠죠. 그래서, 단언컨대 앞으로도 제게 요가는 계속 어려울 겁니다. 그저 어제보다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겠죠.
이번에는 마음과 정신에 열심히 붙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근육들이 정착하기까지 좀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아마 또 쉽지 않은 시간이 되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기대가 돼요. 몇 개월 뒤 저는 또 얼마나 더 단단해져 있을까요.
결국, 꾸준함이 모든 걸 살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