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2주] 거친 호흡 속에서

버티고, 또 버티는 중

by 김승우

튼살이 퍼지는 속도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열심히 관리해도 막을 수 없는 변화들. 몸은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아기가 자라는 만큼 내 숨은 얕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지친다.


날이 추워지면서 피로감이 빠르게 찾아온다. 찬 공기를 마실 때마다 배가 더 묵직하게 느껴지고, 외출 한 번이 예전보다 몇 배는 힘들다. 코트를 입으려 해도 배 때문에 단추가 잠기지 않고, 신발 끈을 묶는 것조차 숨이 차다. 이제 지하철을 타는 건 조금 겁이 나고,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최대한 피하고 있다.


이번 주는 갑작스러운 미팅들이 여럿 잡혔다. 일정표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일이 많다는 건 행복한 일인데 참... 상황이 상황인지라 쉽지 않았다. 클라이언트는 내 상황을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일은 진행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마감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팅을 다니는 일주일은 버티기에 급급했다. 배를 안고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지만, 집중해야 했고 말도 해야 했다. 중간에 화장실을 몇 번이나 다녀왔고,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마다 허리가 아팠다. 그래도 표정 관리를 하며 웃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설명했다.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쓰러졌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씻는 것조차 힘겨워 그냥 누워만 있었다. 냉장고에 재료가 있어도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달 앱을 켜도 뭘 먹고 싶은지 모르겠고, 결국 간단히 빵이나 우유로 끼니를 때웠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돈을 버는 일이라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임신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지금은 선명하게 보인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한다는 것, 피곤해도 쉴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책임감. 모든 게 버겁지만 어쩔 수 없이 해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여태까지 잠을 설쳤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은 32주 차 임신부는 배가 커져서 이제는 어떤 자세로 누워도 불편하고, 아기가 발로 차면 잠에서 깬다. 옆으로 누우면 골반이 아프고, 자다가 뒤척이려면 한참을 끙끙거려야 한다. 새벽에 화장실을 두세 번 가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다음 날 일이 있는데도 잠을 설치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거울을 보면 튼살만 보이는 게 아니다. 지친 얼굴, 부은 발목, 무거운 눈꺼풀. 다크서클이 그대로 비친다. 임신 전 입던 옷들은 이제 꺼내보지도 않는다. 어차피 안 맞을 거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배 속에서 발로 차는 아기를 느낄 때면, 이 모든 게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걸 안다.


힘들지만, 견디고 있다. 앞으로 남은 5주를 어떻게 버텨낼지 막막하지만, 오늘도 하루를 넘긴다. 그리고 조금씩 아기를 만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생각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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