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의 특별함

당신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러 온 사람이다

by 김승우

"자신이 세상과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러 온 사람이다." – 작자 미상


힘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예민하고 유난스럽다는 얘기를 듣고, 왜 나는 남들이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조차 기억하며 마음 아파하는지. 가끔은 잊고 싶은 기억들이 나를 괴롭혀서 겁이 나고 무서웠다. 난 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듣지 못하는 미세한 소리에도 귀가 쫑긋 서고, 잠자리가 바뀌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해 유치원 때나 초중학생 때 숙박을 하는 캠핑 혹은 극기훈련과 같은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 모든 활동'이 싫었다. 밤새우기로 약속한 친구들은 새벽 한두시가 넘어가면 결국 다 깊은 잠에 빠져 나 혼자 무서운 밤을 견뎌야 했으니까. 빨리 낮이 오게 해달라고 수없이 되뇌다가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버티기 위해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았다. 내유외강이라 속은 너무나 물렀지만 내면의 약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센 척, 독한 척, 있는 척을 하면서 남초(男超) 조직을 버텨냈다. 그리고 재작년에 이직한 새 회사에서의 성격 유형 검사에서 논리적, 계산적, 분석적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감정적인 요소들은 점수가 낮은 결과를 받았는데 강사는 이는 관리자의 성향과 부합하는 결과라 했다. 공황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겪고, 상담소를 몇 번 들락날락 한 결과 나는 어느덧 회사 맞춤형 인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나는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노력했지만, 사실 내면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려왔으며, 그 어디에서든지 내 예민함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커리어적으로는 뭔가를 달성했을지언정 내 마음은 항상 공허했다.


사회생활에서 날 만난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당당하고 긍정적이며, 사교성이 좋고, 가끔은 의견이 너무 세서 무서운 선배이자 동료, 후배다. 사실 나는 겁이 많고, 긴장을 잘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에 항상 땀이 흥건해서 닦아내야 할 정도로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며 나의 오랜 친구들 몇 명만이 이런 나의 예민함을 안다.

나는 나의 예민함이 힘들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았다. 상담을 받으러 가면 약 처방전과 공허함만이 늘어나고(아무리 힘들어도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약에 의존하는 게 무서웠다), 더욱 무기력해졌다. 혼자 차분히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큰 위로를 받았는데 20대부터 함께한 정여울 작가님의 글들이 어려운 감정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구해주었고, 다 괜찮다고 말해주어 나를 고립에서 일어설 수 있게 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본인의 힘들었던 과거를 공유하며, 상처를 그녀만의 방법으로 갈고닦아 더욱 깊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정말 큰 힘을 얻었다.


나는 예민하면서도 도전을 즐기고, 반복적인 걸 지겨워하며,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데 보통 예민한 사람은 새로움,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불편함을 선호하지 않으니 또 내가 예민하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나는 왜 예민함의 증상을 갖고 있는 건가도 오랜 기간 고민했는데 얼마 전 예민함이라는 무기(저자 롤프 젤린)에서 예민한 동시에 모험을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반적으로 모든 예민한 사람들은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과잉 자극과 과소 자극 사이의 격차'가 대부분 적은데, '예민한 사람들 중 소수는 이 격차가 지나치게 크며', '이런 사람들이 센세이션을 추구하는 예민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아주 적은 자극만을 견디면서 전형적으로 예민하게 행동하는 시기와 강한 자극을 추구하며 위험을 무릅쓰는 시기를 오간다'고 하며, '센세이션을 추구하는 시기에는 시합이나 경쟁을 즐긴다'고 한다. '센세이션을 추구하는 예민한 사람들은 종종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예민한 사람은 일상에서 자극을 쉽게 흡수해 쉽게 지치는 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어색함에 불편한 자극을 받기 때문에 나서서 어색한 분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보통의 언어들(저자 김이나)에서 김이나 작사가는, 본인은 '밖으로 비춰지는 모습이 상당히 외향적이고 친화력이 좋아, 한눈에 그래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대인관계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녀 역시 불편하거나 어색한 공기를 견디지 못해 '광대를 자처한다'고 했다. 나도 그녀와 비슷하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밝고 활발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는 그 좋아함이 좋아 선을 넘어 지나치게 나 자신을 내어주며 그래서 금방 지친다.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어야만 에너지가 회복된다.


나 또한 그녀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을 한번에 알아본다. 상처받은 사람 역시 상처받은 사람이 보이고 아파 본 사람 눈에는 아픔이 보이는 법(당신이라는 자랑, 박근호 작가)이라더니,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마음 한 켠이 쓰린다.


내가 정여울 작가에게 받은 위로처럼, 이 소소한 글도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위로의 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라고. 예민함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분투하는 여기 내가 있다고.


난 오늘도 소소한 글의 힘을 믿는다.

이전 03화나를 찾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