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사합니다

프로이직러

by 김승우

나를 아는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프로이직러'라고 부른다. 직장 생활 6년 동안 거의 매해 옮겼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가장 오래 있었던 곳은 X증권사 1년 5개월(하하하...) 이쯤 되면 문제의 사원이거나 부적응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긴 하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난 숱한 이직 끝에 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 회사를 옮기지 않았으면 결국 지금 회사로 오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생각한다(아니면 오지 못했을 수도). 지금 있는 직장에서의 업무가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2년 전 나의 목표에는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업종과 하는 업무가 있었다. 나는 이직을 결정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는데, 1) 내가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2) 입사를 결정했을 때의 목적/목표가 지속적으로 유지가 되는지, 혹은 그 목적/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3) 사람, 이 세 가지가 이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선 첫 회사는 정확히 일주일 만에 나왔다. 출근 첫날, 신입사원들 앞에서 과장이 1년 차 사원에게 다양한 욕설을 퍼부으며 혼을 내고, 내 옆에 앉은 여자 대리는 다른 여자 과장과 싸워 과장을 회사에서 내쫓았다고 나에게 자랑하더라. 신입사원이라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 조직, 이 문화에서 하루 대부분을 이 사람들과 보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있던 부서는 몇 개월 단위로 신입사원들이 계속 퇴사했었고, 또 누군가가 나갔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 채워진 거였다. 이 조직은 외국계 대기업으로 안정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에 퇴사를 결정했을 때 가족들의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여기는 부모님이 입사하기를 원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내가 입사를 결정한 첫 회사였다.


인턴부터 시작해 정직원으로 1년을 몸담았던 스타트업에서는 정말 아주 어렵게 1년을 버텼다. 나보다 늦게 입사한 동료들이 빠르면 1개월 만에도 퇴사하는 바람에 작별 인사만 건넨 선배와 후배가 정말 많은 회사였다.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없는걸 만들어 나가는 재미를 느꼈지만 궁극적으로 배울 선배(위에서 언급한 기준 3) 사람)가 없었기에 방향 없이 나아가고,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 성장하는 느낌이 없었다. 많은 이들을 떠나 보내고 외로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다음 목표를 위해 정확히 1년을 채우고 나왔다.


다음 회사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RA(Research Associate)로 입사해 섹터(sector) 2개를 동시에 맡았고, 그중 나에게 매력적인 섹터가 있었는데 해당 섹터의 애널리스트가 이직을 하면서 덜 매력적인 섹터만을 맡게 된 상황이었다. 해당 섹터를 경험하고 그 섹터의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해당 섹터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바라던 대로 그 섹터에 애널리스트로 데뷔할 수 있었다(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 중1) 내가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2) 입사를 결정했을 때의 목적/목표가 지속적으로 유지가 되는지, 혹은 그 목적/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회사에 1년 4개월 째있다. 제일 오래 있었던 증권사에서의 기간이 1년 5개월째이니, 어쩌면 지금 회사에서의 재직기간이 가장 길어질 수도 있겠다. 지금은 원하는 목표에 좋은 팀원들까지, 정상적인(?) 조직에 있으니 위에 언급한 3가지가 어느 정도 충족된 상태다. 아, 한 가지 힘든 점이 있다면 회사가 집이랑 멀어져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


누구는 이런 나에게 충고할 것이다. 실제로 6년을 지나오는 동안 돌이켜보면 주변에서 내가 구하지 않은 이직에 대한 조언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바와 목표로 인해 이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주변 사람들은 잘 이해해 주지 못했고, 그 부분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절대 아니다.


짧지만 다양한 산업 군을 경험하면서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력은 만렙이 됐고 다양한 분야의 귀한 인연들을 만나 지금까지도 커리어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사회생활을 조금 해 본 사람으로서 목적이 있고 간절하다면 이직은 흠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히려 정말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실제로 내 주변 능력자(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갈고 닦은 사람)들은 다양한 직군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일을 하신다. 세상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 선택을 내가 정답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내가 속해있는 그룹이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내 가치관에서 허락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할 때 대부분은 자신이 바뀌는 쪽을 선택하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다 보면 사고력이 감퇴하고 윤리 감각이 마비되어 올드타입이 된다고 야마구치 슈는 그의 책 <뉴타입의 시대>에서 경고한다. 그리고 그는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굳이 조직을 구성하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인다.


회사 생활 경험은 커리어적으로나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며, 어릴수록 많이 배울 수 있는(업무 강도가 강한) 조직에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 생활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연차가 쌓일수록 후배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충고는 금물이다. 나의 삶은 온전히 나의 경험이 기반이 되어 선택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누구와도 같을 수 없다. 각자 맞는 길을 찾아서 가는 게 사회생활이고 인생이다. 함부로 남의 앞길에 관여하지 말자.


나는 내 목표를 꾸준히 확인하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꾸준히 나의 밸류를 높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언제나 꾸준히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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