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의 눈물
남편이 내게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맞는 말 같긴 한데, 영 기분이 껄적지근하다.
걱정 같긴 한데, 영 위로가 안 되는 소리.
너만 그렇게 일하는 거야.
나의 직장 생활은 항상 녹록지 않았다. 자주 이직을 했지만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하드코어적 면모가 도드라졌다. (흔히 말하는 3D 업종은 아니었지만) 매출을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 직종 특성상, 밤낮이 없거나 주말을 반납하는 등 출장과 카톡 지옥 속에 살아온 지난 세월이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장거리 출퇴근러이기도 하다는 점에 몹시 자주 서글픔을 느끼기도 한다.
퇴근 중에도 카톡, 귀가하고도 업무 전화는 끊이지 않는다. 모니터가 덜렁거리는 노트북은 항상 끼고 살았다.
같이 밥 먹던 사람 어디 갔냐는 스윗한 소리를 하던 남편도, 결국 서운함 섞인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적당히 하고 먹어, 먹고 해. 그냥 내일 하면 안 돼?"
"...금방 끝나."
"너만 그렇게 일하는 거야, 남들은 다 적당히 한다고."
마음 한 켠엔 속상함이 켜켜이 쌓였다.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은 물론이다.
적당히 할 수 있었음 진작 했지. 적당히가 없는 조직에서 적당히 했다간, 아마도 적당히 도태됐을 거다. 절대 내가 무슨 성실왕이거나 일에 미친 워커홀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난 그저 10년 차 직장인이자, 일이 중요한 사람.
그치만 누구보다 워라밸이 간절한 사람일 뿐이다.
연락 안 돼서 욕먹던 후임, 상사, 거래처 사람들. 별문제 없이 잘 살고 있겠지. 굳이 책임감이 강했다는 말로, 그동안의 노고를 셀프 치하해 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