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왜 궁금해 하시는 게요
형식이 無에 가까웠던 면접 제안 문자와 첫 통화. 이직이 잦았던 10년 차 직장인은 모를 수가 없다. 이 특유의 쎄함을 말이다. 하지만 경험은 곧 재산이기에, 주저 없이 업계 트렌드와 최신 동향 파악을 위한 서칭에 들어갔다. 물론, 지원 동기나 퇴사 사유 등 가장 중요한 예상 질문지도 바쁘게 머릿속에 그려가며.
#1 "남편은 무슨 일 해요?"
잘못 들었나 싶어 정중히 되물었다. 그 덕에 '업종이 뭐냐'는 이야기까지 굳이 들어야 했다. 이력서 상으로 끝까지 기혼자임을 밝히지 않던 한 친구의 일화가 떠올랐고, 어느새 나에게도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멋지게 대응하고 싶었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애써 담담한 척 두루뭉술한 답변을 했다.
답답하고 억울했던 마음은 한 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를 통해 우울한 해답을 찾는데 이른다. 기혼 여성 면접자에게 남편의 직업을 묻는 이유는, '생계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것. 채용 시장에서의 10년 차 기혼 여성은 여전히 경력이나 실력보다 '장기근속 가능 여부'가 절대적인 채용 기준이 되는 것일까. 결국 예상 질문을 연습한 보람은 없었다. 나의 의지도 꺾였고.
그래서 과연 면접관은 내 근속 기간을 어떻게 예상했을까. 요즘 영업엔 여성분들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난 어째 이 회사가 필요 없어진 기분이다.
#2 "그래서 자녀 계획은 어떻게"
안 물어보면 서운할 뻔했다. 실제로 육아 휴직을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하니, 남편 신상 정보를 묻는 질문보다는 매우 실용적이었단 생각이다. '30대 기혼 여성'이 채용 시장에서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있는가에 대한 사설 따위를 수도 없이 읽어 온 까닭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녀 계획이 없는 나로선 오히려 대답하기 수월했던 질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의 답변을 신뢰할지 의문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취업을 위해, 특히 나를 포함한 무자녀 기혼 여성들의 대답은 모두 하나같을 것이니. 눈치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허한 질의응답인 것이다.
"혹시 오늘 볼 수 있나?" 놀랍게도 첫 통화 내용 중 발췌한 구절이다. 중소기업 임원급 직책자였음을 감안해 드렸어야 했을까. 시작부터 달갑지 않았던 면접은 일주일이 넘도록 내게 찜찜함을 남겼다.
'면접 감을 잃지 않기 위함'이라던 면접 명분은, 눈앞에 직면한 현실이자 인생 과제를 내 앞으로 마주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