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장거리 출퇴근과 출장, 그리고 야근으로 이어지는 고된 일상을 살았다. 불만은 스트레스로, 시기질투로, 끝내는 체념으로 발전했다. '내 인생은 어쩔 수 없어'라고. 한 때 애정했던 나의 업은, 어느새 업보로 전락해 나를 갉아먹기에 이른다. 어쩌면 내게 일상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태풍이었다.
일상(日常)의 사전적 의미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반복은 무릇 습관을 만들고 인간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데, 그 안정감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이나 직장을 희망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비록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일으키고 저녁 무렵 돌아오는 일상이라도, 켜켜이 쌓인 습관은 관성을 만들고 나아가 안온한 삶의 울타리를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어쩌면 전현직 공무원 가족을 4명이나 두었기에, 당연할 줄 알았을지 모른다. 조금만 버티면 일상이 내게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그게 나를 단단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쌓이는 연차만큼이나 업무량은 늘었고, 변수의 늪을 허덕였다. 그렇게 오르막과 내리막은 멈추지 않았다.
지루한, 혹은 쳇바퀴 같은 일상이란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예컨대, 비교적 별일 없는 예측 가능한 하루 일과의 반복, 저녁 메뉴를 고르며 무료하게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일상 같은 것들 말이다. 외딴섬에 고립된 느낌. 언제부턴가 근무 시간 중 끝도 없이 울려대던 특정 채팅방의 알림을 꺼버렸다. 나에겐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버거웠던 탓이다.
적지 않은 나이와 연차에 길을 잃었다. 좋아하는 조명을 켜고 적당한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재생하는 아침. 부러 따듯한 차를 곁들여 몸을 데우고 하루 일과를 계획하는 사적이고도 고요한 시간은, 내게 전에 없던 온전한 일상이 되어 안겼다. 비일상이 일상이 된 요즘, 나의 길찾기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