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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끄러운 기억

by heize



1.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니까,

난 한 번도 안 해봤어 그런 거."


어째서인지 귓가에 맴도는 말이었다. 엿들을 의도는 없었지만 귀는 한없이 커졌고, 조용한 카페만 애꿎게 탓하길 반복했다. 급격히 떨어진 집중력에, 이내 보던 책을 거뒀다. 결국 난 옆 테이블의 '직장 생활' 담화 몇 줄에 보기 좋게 매몰된 것이다.


'직장 생활이 없는 삶'은 좀처럼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가늠해 본 적이 없어 그릴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맞겠다. 방법은 몰라도 궁금했다. 직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말하는 그 대단함이 무엇인지.



"적어도 난 사람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어.

재미없는 이야기에 웃어주고... 그런 거 못해"


직장 생활은 종종 사회 생활이라는 단어로 대체되곤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집단적으로 모여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생활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공동생활의 장소가 바로 직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은 '재미없는 이야기에 웃어주는 것'을 넘어, 때론 감정적 극기 훈련을 견뎌낼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 번민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했고, 퇴사를 결정하는 데 절대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지긋지긋하다 못해, 자존감 마저 다치곤 했으니까.



2.

사실은 심술이었을지 모르겠다. '사람 때문에 힘든 적이 없다'는 말이 내게 얄궂은 트리거(trigger)로 작용한 것이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수년간 겪었던 다양한 감정 노동들이 뇌리를 스쳤고, 시기와 질투 따위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다 돌아갔다.


결국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나 보다. 잘 해냈다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라고. 조금은 부끄러웠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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