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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티눈

by heize




한동안 티눈으로 꽤 고생을 했다. 무심코 건드린 핸드폰 액정 보호필름의 파편이 문제였다. 오른손 엄지 손가락 지문의 정가운데. 파편에 베였는지,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 도통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작아도 너무 작은 생채기였던 탓이다. 고작해야 1cm 정도의 크기. 거슬림을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검지와 검지를 비벼댔고, 그렇게 가만히 두라는 남편의 걱정을 뒤로한 대가는 실로 가혹했다.


얼얼하게 부어오르는 통증은 온종일 나를 괴롭혔다. 양치하고, 설거지를 하는 간단한 일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온 신경은 그렇게 손 끝을 떠나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의 '티눈' 검색을 반복해 가며 말이다.


지난 주말 아침, 거짓말처럼 통증은 사라졌고 티눈은 작은 딱지가 되었다. 이 작은 것이 떨어지고 나면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고통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였다. 연휴가 끝나면 꼭 피부과를 가 볼 참이었는데.






무거운 짐을 들지 않아도, 가방 끈을 연신 고쳐 매지 않아도 되는 백수 신분임에 감사했다. 온전히 나를 걱정해 주는 남편과 꾀병으로 버무려진 일상을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스트레스로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을 샀던 난, 어느새 고질적인 '빨리 먹기병'이 도저 식사 때마다 남편에게 혼이 난다.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서운했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기간제 전업주부로 서툰 요리를 내놓는 요즘이다.


티눈.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핑 도는 것. 어느새 딱지는 떨어졌고, 가슴을 짓눌렀던 퇴사자의 심리적 불안도 흐릿하다. 허전해진 손가락 지문을 더듬는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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