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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기록 7

by heize


2025/03/27(thu)



1

요즘 들어 부쩍 남편의 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하다. 좀 더 번다고 으스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작스러운 퇴사 이슈로 외벌이를 시키는 맘이 썩 편치가 않다. 못내 미안한 맘에 재취업을 서둘러야 되겠다는 나에게 남편은 말한다. "아냐, 푹 쉬어. 쉴 때 푹 쉬어."

이러다 계속 놀면 어쩌냐니까 "그건 그때 생각해." 란다. 결혼 후에도 항상 바빴던 난 일종의 부채감을 안고 지냈다. 쉬어 가는 지금도 마찬가지.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긍정왕의 외조는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남편 너무 고마워.


2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봄이 찾아왔다. 연두색의 봄이 감사하다. 바쁜 일상에 마치 내외하듯 봄을 그리워하던 시절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진다. 올해의 봄은 잔뜩 만끽해 보겠다는 다짐을 굳히는 아침의 시작. 부러 숨을 크게 들여 마셔 본다.


3

운전 연수 4회 차. 지난번까지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이었음에 감사하다. 공포심을 극복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마음이 고된 일일 줄 몰랐다. 웬만한 고생은 다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자만했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운전이라는 이름의 도전. 일생일대의 도전을 함께 해 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긍정왕이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음 난 이미 짤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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