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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기록 11

눈물의 다이어트 주간 일기

by heize


2025/04/01(tue)


간헐적 단식을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아침 식사를 굶는 것. 이게 유난히 힘든 날이 있는데, 가령 배고픔에 눈을 뜬 아침이라든지, 생리 기간이 다가와 식탐을 자제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특히 그렇다.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배가 몹시 고팠다. 물론, 전날 식단을 너무나 잘 지킨 덕분이다. 4월의 첫날을 뿌듯하게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빵생빵사. '빵을 위한 체중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삶.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곁들이는 빵, 쿠키, 구움 과자 등을 좋아한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평소 식탐이 없는 것에 비해 나의 빵 사랑은 꽤나 유별나단다. 그래서 오늘은 집 근처 카페에서 아몬드케이크라는 걸 찾아냈다. 쬐구만 주제에 가격이 2,800원이라니. 밀가루는 안 들어갔지만, 특유의 꾸덕한 질감과 담백한 맛이 꽤 맘에 들었다. 정말 힘들 때 아끼고 아껴 사 먹어야지. 가까운 곳에 이런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니 감사하다. 찾아낸 나에게도 고맙다.



2025/04/02(wed)


아파트 단지의 봄이 선명해지고 있다. 팝콘 같은 꽃망울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며칠 째 챗gpt를 들들 볶는 중이다. 망했던 신혼여행 사진, 행복했던 연애시절 사진들이 귀엽고 야무진 감성으로 탈바꿈했다. 몽글몽글한 감사함이 피어오른다.



2025/04/03(thu)


오늘은 첫끼로 플레인 요거트에 과일과 피칸을 곁들였다. 맛있고 속 편한 최고의 아침 식사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새로 구매한 요거트볼. 이보다 더한 일상의 행복이 있을까? 이토록 작고 소중한 확신의 행복이 말이다.


남편의 이른 퇴근 소식에 급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요리엔 자신이 없지만, 남편이 좋아했던 키토김밥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계란 지단을 한 번에 무사히 뒤집은 나에게 일단 무한 칭찬을 날렸다. 다행히 마무리 칼질까지 무사 종결. 남편이 맛있단다. 이게 바로 요리하는 맛이구나.



2025/04/04(fri)


숙면한 아침. 규칙적인 식단 덕분인지 요즘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한 하루의 시작.


홈트로 오래간만에 땀을 잔뜩 흘렸다. 확실히 몇 년 새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 귀차니즘을 이겨낸 나에게 무한 감사를.


삼촌 생신 선물을 구매했다.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피케셔츠로. 60대 어르신 선물 고르기는 30대로선 언제나 쉽지 않은 미션이다. 올해 초 퇴직 후 자유의 몸이 된 삼촌이자 나의 제2의 아빠. 부디 이쁘게 입어줬으면 좋겠네.


다이어터는 항상 배가 고프다. 당이 잔뜩 떨어져 죽을 위기에 놓인 나를 살린 건 무화과가 잔뜩 들어간 크림치즈 건강빵이었다. 다이어트 기간만큼은 밀가루를 최대한 멀리해 보려는 안간힘이 낳은 최선의 선택. 원래 내용물이 잔뜩 들어간 것은 별로인데 얜 아주 난 놈이었다. 달리는 조수석은 행복 그 자체. 빵 하나에 눈물 글썽이는 나를 어이없어하는 남편이 있었고, 그 눈물 젖은 행복감 속을 자유로이 부유하던 빵친자 내가 있었단 이야기.



2025/04/05(sat)~06(sun)


삼촌 생신 덕에 모처럼 가족들이 모였다.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이 무탈한 나의 가족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데면데면 티격태격해도, 결국은 가족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올해 1학년이 된 나의 조카가 웃어줘서 고맙고, 고모의 서툼을 이해해 줘서 고맙다. 결국은 존재 자체로 다 고마운 것이었다.


일요일 오전에 특근을 나간 남편. 힘들 텐데도 군말 없이 버텨줘서 고맙다. 특근비 7만 원과 맞바꾼 남편의 주말은 와인과 치즈로 달랜다. 수고했다는 마음을 담아 이것저것 내주는 밤. 고마운 밤이었다. 물론, 끝내 다른 술을 더 가져오는 남편은 미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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