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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기록 12

10년 차 경력직 면접 일지_1부

by heize


2025/04/07(mon)



무려 두 달 반 만에 치르는 면접이다. 지난밤은 예상 질문을 추리고 답변하는 연습을 하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침대 위에서 보내며 쉬이 잠들지 못했던 밤, 그럼에도 감사한 밤이었다.


머나먼 인천 사람의 상경길. 면접을 2시간 남긴 채, 어색한 로퍼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섰다. 가는 내내 이어지는 자기 최면의 연속.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자는 믿음과 다짐. 끝내 긴장된 마음은 따듯한 봄기운이 녹였다. 빨리 끝내고 벚꽃을 보며 한참을 걷고 싶었다.


업계 10년 차 경력자라는 말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이직 경험이 적지 않음에도 여전히 자기 PR은 어렵다. 길어진 공백과 결여된 자존감은 긴장을 더욱 부추겼지만, 자세하고 집요한 질문에 이번에도 난 최선의 답을 냈다. '일 많고 바쁘다'는 지독히도 솔직한 이야기, 간단한 질의응답을 마지막으로 35분 간의 면접은 끝이 났다. 해사하게 웃는 채용 담당자와의 담소를 뒤로 하고 드디어 탈출. 무사 종결. 잘 마무리됐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이 공기가 반갑다. 고작 몇 개월을 쉬었을 뿐인데, 꽤나 거리감이 생긴 기분에 서글프기도 설레기도 하는 마음. 가성비 커피를 손에 든 직장인들 대열에 합류하고픈 열망이 일었다. 나도 참 나다.


남편과 면접 후기를 나누는 소소한 오후. 항상 나를 믿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무조건적인 지지. 나를 언제나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존재다. 내 자존감의 원천이다.


오후 6시. 1차 면접 전형에 합격했단다. 오 마이갓. 이렇게나 빨리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갑작스러운 결과에 어안이 벙벙했다.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희열도 느껴졌다. 산책길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졌고, 저녁거리를 사 집에 돌아왔다. 감사한 하루의 마무리다. 누구보다 고생한 오늘의 나를 위해 치얼스. 오늘은 꿀잠 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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