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경력직 면접 일지_2부
2025/04/08(tue)
2차 면접까지는 단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하루인 오늘은 각종 증빙 서류들까지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빠듯한 하루가 예상되지만 그것도 잠시, 아침 시간을 잘 보내야 나머지 일들도 술술 풀리리라 믿는 나는 매트를 깔고 운동복부터 갈아입었다.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 내가 휴식기 동안 배운 첫 번째 삶의 진리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바람은 따듯하다. 사또밥 같은 벚꽃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는 시절. 이 고마운 시절에 휴식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최근까지 근무했던 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안부와 함께 요청할 서류가 있음을 알리는 메일을 보냈고 그 답신은 빨랐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내 인생에선 꽤나 아쉽게 기억될 시간들. 하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매 순간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봄을 핑계로 고운 안부를 나누는 메일 속 텍스트가 꽤나 정겹게 느껴졌다. 지난 일이야 어쨌든 나는 나아가고 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집 근처 관공서에 다녀오는 일로 최종 서류 준비를 끝냈다. 비록 현금 천 원이 없어 집에 다녀와야 하는 신세였지만, 이토록 작은 해프닝이라면 얼마든지 오라지. 개운한 마음에 곁들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좋고, 귀여운 유리잔의 자태에 더없이 흐뭇해졌다.
서류 제출 완료. 입사 가능 일자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작성했다. 막상 취업문이 다가오니 아쉬운 마음이 요동을 친다. 결정 난 것도 없는데 김칫국 제대로 마시는 중.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만 늦어지나 싶어 속상한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말이다. 이 과정 역시 잠시 지나가는 이벤트일지도, 어쩌면 알토란 같은 인생의 찬스일지도 모를 일.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자.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자.
폭싹 속았수다. 뭐지, 이 잔잔하게 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외할머니댁에서 밤마다 엄마를 찾으며 울어댔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자꾸 겹쳐졌다. 사고뭉치에 눈치도 없으면서 또 그렇게 내 눈치를 보는 엄마가 보고 싶은 밤이다. 무탈해줘서 감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