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나의 남편은 글을 정말 못쓴다.
편지 한 장 받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한두줄의 카드로 끝나곤 한다.
청혼하던 날은,
또 다듬고, 또 다듬었을 장문의 카드를
반지와 함께
또박또박 읽어 주었다.
눈물 범벅으로 그의 눈을 봤을때,
사실, 긴 문장도 필요없이,
그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 관계는 돈독하게 살이 오르고,
남편의 짧막한 카드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청혼했던 그날의 눈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의 남편은 마음을 눈으로 쓴다.
눈 속의 오로라가 아름답게 내 가슴을 뛰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