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소파의 위험성

쉼의 중요성

by 분홍색가방

#6 소파의 위험성


소파는 마약과 같다. 한 번 빠져들면 나오기 쉽지 않은 그런 마성의 존재랄까?


그리고 이는 시험기간에 가장 강해진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소파 위에 앉아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내 손목에 찬 손목시계 역시 소파에 홀려 시침과 분침에 혼란을 가지게 된 것이 분명하다.


소파에 눕기만 하면 모이기만 하면 우리의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들은 가끔 절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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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특실은 앞서 밝혔듯이 큰 거실에 네 개의 책상과 ㄱ자 소파가 놓여있는 구조였다. 그 옆으로는 두 개의 방이 있었다. 그렇지만 활동하다 보면 그 방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었다. 그 이유는 소파가 침대의 역할을 대신해줬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소파가 보이는데 지친 몸을 이끌고 곧바로 털썩 눕기에 최적의 위치와 크기였기 때문이다. (또 나는 침대에 외출하고 온 옷을 들이지 않는 편이어서 소파의 존재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키가 165cm인 나에게 딱 맞는 소파였으니 적당한 길이감과 푹신함을 가졌다. 많이 낡은 그 소파는 네 명의 룸메이트가 암묵적으로 번갈아가면서 누웠다. 유독 시험기간에 그 모습은 더욱 두드러졌다.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자리는 같은데 사람만 자꾸자꾸 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기간이라는 생각에 1시간 정도면 로테이션이 가능해진 것이다. 잠깐 와 보면 사람만 달라진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소파에서는 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잠, 식사, 야식, 보드게임, 소통의 장, 요가매트 역시 해냈으니 참으로 완벽한 가구가 아닌가.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들어와서 소파에 누워 다른 방에 아이들에게 지금 소파에 누워있다며 자랑을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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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우리에게 쉼터였고 힐링의 장소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곳이 존재한다는 것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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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따금씩 가위를 눌리는 경험을 했다. 룸메이트 중에서 유독 나만 말이다. 악몽에 대해서는 뒤에 더 깊게 이야기하고 싶으니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2학년 2학기의 나는 상당히 바쁜 생활을 했다. 친구들에게 아이돌 스케줄이니 헤르미온느(해리포터의 등장하는 여 캐릭터로 수많은 수업을 듣기 위해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를 가졌다.)라느니 이야기를 듣고 살았었다. 아이들이 일을 줄이라고 할 정도로, 어떤 친구는 나에게 나를 오래 보고 싶으니 일을 만들어서 하지 말라고 건강 챙기라는 말을 엄청 했었다.(#5 침대 이야기에 등장해서 자신이 이불을 정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한 친구다.) 그렇게 바빴고 수업도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자주 피곤했던 나는 부족한 수면을 공강 시간 소파에서의 수면으로 채웠었다. 그런데 소파에서의 쪽잠이어서인지 종종 소파 위에서 가위를 눌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꿈속에서 움직이지 못한 상태가 되어 경직된 순간을 보내고 나면 오히려 힘이 빠져 지쳤었다. 그럼에도 그 소파에서의 쪽잠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가위를 눌리는 횟수보다 그 쪽잠이 에너지가 됐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잠을 자고 나면 개운해지는 느낌에 짧아도 잠을 선택했다. 소파 위 쪽잠을 자면 떨어졌던 체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문을 열고 다시 달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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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면 잠을 자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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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갔던 한의원에 가서 요즘 피곤하다고 말한 나에게 선생님은 답하셨다.

“자요. 늦게 자지 말고 일찍, 안 자니까 피곤한 거지. 그게 당연한 거야.”

난 무안한 표정이 되어 선생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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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파에 멍하니 누워 음악을 듣는 것은 또 다른 내 쉼의 방법이었다. 평소 음악을 찾아 듣고 좋은 가사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거의 혼자 있는 매 순간 음악을 듣는다. 그만큼 음악은 나에게 힐링이 되는 요소 중에 하나인데 누워있는 것과 같이 하니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소파에 누워 살짝 연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으면 천국과 같았다. 그럼에도 한동안 기분이 나아지지 않으면 살짝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 싶어서. 그렇게 있다 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성적에 대한 고민도 그 순간만큼은 노래 가사에 집중한 채 잊어가는 것 같았다.


이 방법은 원래도 자주 쓰던 방법이었는데 소파를 가진 후 더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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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지칠 때, 이겨낼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자신만의 익스펙토 패트로눔 주문을 만들어 보세요.

(cf - ‘익스펙토 패트로눔’ 주문 :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사용된 주문으로 어둠을 먹고사는 디멘터들에게 사용한다. 이 주문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행복한 자신의 기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행복감을 느끼는 리스트를 작성했었다.

첫째, 좋은 음악을 듣는 일

둘째, 맑은 공기와 산책

셋째, 초콜릿을 먹는 일

넷째,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

다섯째,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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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보다 행복감을 느끼는 일에 대해서 찾으려 하니 어려웠다.

나름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했음에도 찾으려 하니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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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파는 우리 네 명의 룸메이트들이 웃는 공간이기도 했다. 거실의 중심, 네 명의 룸메이트들이 모여 밤에 자신의 일과를 이야기하고 풀어내는 곳이었다. 나는 일부로 같은 학과인 친구들과 룸메이트를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툼이 있어도 문제였고 이러한 일과를 듣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항상 흥미롭다.


우리 방 식구들은 수학과 언니와 영문과 친구 두 명, 국문과인 나였다. 각자 서로의 과제를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기도 했으니 윈윈(Win-Win)이 아닐까?


그렇게 소파는 우리에게 위안이 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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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쉴 곳은 필요하다.


반드시 하루의 어느 순간, 일주일의 어느 순간, 한 달의 어느 순간, 온전히 쉬는 것에 쓸 것.

나의 메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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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또 오해영> 대사 중

‘마음이 울적할 때는 행복한 것들을 떠올려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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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할 때 들었던 노래 추천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아이유의 <무릎>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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