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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색가방 Dec 11. 2018

마이 리틀 포레스트의 곰돌이 푸

-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

“We need a Pooh!”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했다. 올해 가을 학기부터, 그러니까 휴학한 지 3개월 하고 조금 더 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여름방학이었던 8월부터 운 좋게 3개월 간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할 기회를 얻었고, 그 회사에서의 인연으로 지금은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8월부터 10월까지는 주 5회 근무를, 11월부터 지금까지는 주 6회 근무 중이다. (극장은 월요일이 휴무다.) 집을 아주 아주 사랑하는 집순이인 내게 꽤 많은, 사실 지나친 외출이기도 하다. 휴학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좋으면서도 과연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드는 요즘이다.     

 

  작년, 처음으로 복수전공으로 심리학을 하며, 한 교수님과 수업의 연장선으로 가벼운 면담 시간을 갖게 됐다. 교수님은 두 장의 심리 테스트 종이로 날 완벽히 파악하셨다. 그래서 교수님이 내게 던지는 ‘팩트’에 아팠던 것 같다. 상담의 말미에 교수님은 넌 네 성향 상 스스로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넌 스트레스받을 거고,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어서 이 면담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 질문할 것이 없냐는 교수님의 말에 나는 웃으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인정 욕구’, ‘완벽주의’, 교수님이 날 단 종이 두 장으로 파악하고 말씀하신 키워드들이다. 교수님이 내게 내 성격 때문에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잘 안다. 내가 정말 힘들 때, 그 원인을 좀 더 쉽게 찾으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날 힘들게 만드는 것들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말이다. 사실 심리학에서 상담을 진행할 때, 원인을 찾아보면 본인의 성향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성향을 만들어 간 그 배경, 환경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더불어 심리상담의 경우, 내담자에게 다가서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같은 증세, 원인이어도 해결하는 방식을 다 다르다.) 그럼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 성향이 날 갉아먹는 우울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올해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했다. 불행과 행복이 시소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배우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했다. 그저 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1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꽤 큰 건물에서 일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퇴사 후에 인연으로 극장에서 일하게 되기도 하고. 1년 전의 나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 내가 있다.


  그러나 주 6일 근무를 하다 보니 스스로 톱니바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공연일자를 생각해보니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미뤄뒀던 것들을 찾아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내 휴학 계획 중에는 그림과 악기를 배우는 일을 적어뒀는데 학원조차 찾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문득 돈을 벌기 위해 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또는 그저 휴학 중에 쉬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바쁘게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휴학을 한 것은 내가 어떤 일을 가장 좋아하는지 찾기 위함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그런 의미에서 공통점이 있지 않나 싶다. 길을 잃지 않았을까? 내가 과연 맞게 가고 있는 것은 맞나 싶은 우리 모두들에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뚜렷하니까.     


  ‘리틀 포레스트’와 ‘헌드레드 에이커 숲’은 같은 곳이 아닐까?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귀농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현실의 시골 생활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시골,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낭만적이면서도 따뜻하다. 그중에서도 음식, 그렇게 음식이 먹고 싶고, 알차다. 하지만 나는 본 영화가 귀농을 권장한다거나 퇴사를 권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렇지 못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만 주는 영화가 아니다.

  자신이 미친 듯이 노력했던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으니까... 극 중에서 혜원은 자신만 찾으려던 것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혜원의 엄마는 혜원에게 쓴 편지에서 혜원의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은 이유로 혜원을 여기에 심고 자라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이곳에 대한 기억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마음을 적었다.

  그렇다면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전혀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곰돌이 푸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로빈’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 팀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진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다. 전형적인 이야기를 따라간다. 하지만 곰돌이 푸가 가지는 독보적인 캐릭터는 본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극 중의 한 장면은 떠올려본다.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다시 찾아온 ‘곰돌이 푸’가 어느 한 아이에게 잠시 가 있자 로빈이 어서 가서 되찾는다. 잠시 곰돌이 푸를 안았던 아이는 돌려 달라 하고, 로빈은 원래 내 것이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아이의 엄마는 로빈에게 아이한테 무슨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로빈은 단호하게 말한다. “어른 곰돌이라고 해서 뺏으면 안 되는 거죠!”

  어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 사실 당연한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뺏기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선 안 된다.     


  나는 위 두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정말 부러웠던 것은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장소, 인형 친구들이었다.    

 

  ‘리틀 포레스트’와 ‘헌드레드 에이커 숲’이 진짜 숲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장소를 간 내게 그 장소가 가지는 의미들,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장소, 내가 잊고 지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장소, 내가 가장 나 일수도 있는 나만의 숲.     


  그런 숲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건 우리에게 무언가를 놓으라고 권장한다기보다 그런 숲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자주 가던 서점이, 자주 갔던 카페가, 오랜만에 찾아간 고등학교 운동장이, 오랜만에 걷는 초등학교 등굣길 같은 그런 공간들, 분명 내가 있었던 그런 공간들 말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가 많이 다른 건 당연하다. 한결같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그러니 달라졌다는 것에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우는 건 괜찮다.

  우리에게는 내가 잊고 싶지 않았던 마음들을 간직해둘 곳이 필요하다. 그것이 미련 곰탱이(‘Silly old bear’)일 수도, 밤 조림일 수도 있다. 과거 내가 사랑했던 나를 찾아갈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 ‘헌드레드 에이커 숲’, 그곳에 돌아가면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겠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숲을 방문하고, 만든다.


  아직 위 두 영화를 보지 못하셨다면 가장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가족들과 연락을 미루게 될 때, 정신없이 과제를 쳐내고 있을 때,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 추천드린다.


  현재 삶의 속도와 다른 속도를 마주했을 때, 그 차이가 더 큰 위로를 준다는 것을 요즘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귀여운 곰돌이 푸는 계속 말하지 않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된다고.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기억에 남는 대사     


1.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2.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3. 저렇게 막 던져도 결국엔 자라나더라.

4. 떠나온 게 아니라 돌아온 것이라고.

5.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봐야겠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속 기억에 남는 대사       

1. 푸 : "What day is it?"

   크리스토퍼 로빈 : "It's... today!"

   푸: "My favorite day."

2.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

3. 어른 곰돌이라고 해서 뺏으면 안 되는 거죠!

4. 여긴 안 변했어, 뭔가를 찾는 네 눈빛

5. 난 풍선이 있어서 행복했어. 풍선이 널 행복하게 하지 않았어?



추운 겨울, 서로의 온기로 모두의 밤이 따뜻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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