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
낙엽이 지는 날에
나무의 자랑거리들이
떨어지는 그런 날에는 왠지 슬퍼요
빨강, 노랑, 주황, 색을 뽐내던 것들이 하나 둘 떨어졌어요
누군가의 투박한 빗질에 사라지겠죠
햇살이 반짝 비추면 그 색들이 더욱 선명해지던,
가을의 신호가 꺼졌어요
옷을 벗는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에요
어느 누군가의 앞이더라도 어찌 다 보일 수 있겠어요
겨울을 맞이한 나무 몸통에 짚 풀로 목도리를 매어줬어요
이 정도는 가려줘야 해요
겨울바람에 건조해진 나무껍질이 떨어지는 걸,
어찌 다 보일 수 있겠어요
초겨울이 와요
가지 사이로 나무는 숨을 쉬겠죠
자랑거리들은 다 떨어진 후라 떨리겠어요
일 년의 4분의 3을 가리고 있던 속을 보이려니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낙엽이 지는 날에,
간신히 몸통에 목도리만 하고 있는 그에게 말하겠어요
땅 속에 뿌리를 박고 대찬 겨울바람을 버티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이에요
그 뿌리,
그것을 내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이 자리에 머물렀는지
내가 증명해준다고 말이에요
낙엽이 지는 날에,
가지 아래서
그 낙엽들을 맞아주겠다고 말이에요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