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의 소실

두 번째 시

by 분홍색가방
#6ㄴ의 소실.JPG

ㄴ의 소실


노트북 키보드 위 ㄴ이 소실되었다

수많은 만남을 통해

ㄴ은 그 모습을 잃었다

원형을 잃고

이제 그 자리에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제 ㄴ을 사용할 수 없다


‘ㅏㅡ’

‘ㅏ를’

‘ㅐ가’

‘ㅏ로서’

자음을 잃은 단어들은 뜻을 찾아내기 어렵다

발음은 흐트러졌고 어색한 구성만이 남았다

주어가 온전하지 못해 문장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다


ㄴ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남은 것은 오랜 만남의 흔적,

손가락의 지문이 닳고 닳아 ㄴ을 같이 지워버린 그 흔적,

키보드 위 ㄴ은 없어도 손가락은 습관처럼

ㄴ의 위치를 찾는다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