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시
개화
잔뜩 움츠렸던 꽃 방울이
탕ㅡ하고 몸을 펼쳤어
잎의 끝으로 물을 잔뜩 밀어 올리면서
그 일은 정말 단 하룻밤의 일이야
겨울눈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신기했어
자신의 절정을 내보이기 전에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었으니까
그 오랜 기다림 속에서,
겨울눈 속에서 꽃잎의 색을 정하고 향을 덧붙이고 멋이란 멋은 다 준비하고 있겠지
그런 오랜 기다림ㅡ 짧은 개화
어제만 해도 나올 기미가 없던 꽃이 새벽사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기다림의 끝을 마주했어 그 짧은 개화는 가장 예쁜 색을 골라 피운 거야 자신의 꽃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계. 매화와 벚꽃의 구분은 생각보다 쉬워 향기가 알려줄 거야 답을
단 하룻밤이면 충분했어
꽃잎이 펼쳐지기엔.
내일 아침에는 서둘러 나와야겠어
꽃이 피고 나면 사람들이 웃음을 머금고 달려 나오거든
달리다가도 멈추게 되거든 그래, 그런 걸 홀린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꽃이 피기 전에,
그 멋으로 사람들을 다 홀리기 전에,
꽃 방울을 열려고 애쓰는 그 시간에,
나는 찾아갈 거야
그 짧은 개화
그 순간을
들을 수 있을까, 꽃 방울이 터지는 소리를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