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에서의 춤

스물두 번째 시

by 분홍색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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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에서의 춤


춤은 춤이다

손가락은 하늘로 향하고

고개는 쳐든다

턱의 각도는 내 자존감이다

발끝은 땅을 향해 날을 세운다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값 싼 실크,

춤을 추면 반짝거릴 오늘의 발레복

토슈즈는 오늘도 닳아 나는 맨발이다


흙이 여리지 않은 발바닥에 닿아 무대가 된다

주변에 돋아난 거친 수풀은 프로시니엄이다

원형 또는 별,

관중들이 만드는 오늘의 무대는 다이아몬드 모양

손목에 살짝 흘러내리는 실크자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춤이 시작되었다


반짝이는 눈빛들이 만드는 하얀 조명,

거친 발바닥이 만드는 단단한 무대,

여러 박수가 만드는 하나의 박자,

오늘의 춤은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관중들의 눈빛이 사그라들면

바람결에 날리던 실크자락은 힘을 잃는다

조명은 꺼졌다

무대는 정리됐다


춤은 춤이다



본 시의 제목은 프랑스 대표 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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