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애들은 사귀기 전에 섹스부터 한다며?

by 캔디

캐나다 연애시장에 발끝을 살짝 담갔다가 만난 캐내디언과 막 첫 번째 데이트를 끝낸 참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역으로 가는 길까지도 계속 농담을 하며 함께 걸어왔다. 집에 들어와서는 당연히 날아올 “오늘 너무 재밌었고 다음에 또 보자” 류의 문자를 기다렸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첫 데이트 후에 다들 그렇게 연락하니까. 그러나 문자는 오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내가 앉아서 남자가 문자를 보내주기만을 기다리는 타입은 전혀 아니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먼저 문자를 해서 질척거리는 타입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첫 데이트를 하고 일주일째 아무 연락이 없자 그대로 쫑이구나- 하고 알아서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리고 딱 일주일이 될 때 즈음 문자가 왔다. ‘주말에 같이 게임장 갈래?’ 일주일째 연락 한통 없다가 대뜸 연락해 두 번째 데이트를 요청하다니. 대체 나를 뭐로 보고? 난 그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데이트는 더욱 재밌었고 마음이 편안했다. 집에 오면서 오히려 연락이 없었는데도 호감도가 올라간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관심이 있었어도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생기면 마음이 확 줄어드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종내에는 내가 혹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멋져 보이는 마음대로 속에서 대상화하고 소유욕을 느끼는 거에 불과한 건 아닌가? 내가 사랑을 정말 느끼기는 하나? 무성애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할 정도였다. 특히 마지막에 사귀었던 애인과는 서로 애인 역할놀이를 할 상대가 필요한 상태에서 만나 적당히 주말에 서로 데이트를 하면서도 서로 깊은 곳까지는 공유하지 않고 헤어질 때까지도 일 년간 사랑한단 말 한 번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이런 고민은 깊어지기만 했었다.


그래서 첫 만남을 하고도 호감을 직접적으로 보이기는커녕 별다른 연락도 없었던 이 상대가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그는 처음부터 캐주얼한 만남을 원하지만 롱텀 릴레이션쉽에도 열려있는 애매한 상태로 나와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사귀기 전까지는 누구와도 섹스하지 않는다는 주의를 처음부터 밝혔다. 그에게도 나와 스테디한 관계를 맺고 싶은지 잠시 고민해 보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두 번째 데이트 이후에는 서서히 더욱 연락 빈도를 늘려가기 시작했는데, 그와 동시에 다시 마음이 식을까 봐 걱정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우리는 더욱 서로 친근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데이트를 하고 나자 그는 나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그의 방 침대에 앉아 우리는 영화를 봤고, 그는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스킨십도 시도하지 않았고, 너무 졸려서 중간에 잠이 들었다가 이후에 우버를 타고 집에 왔다.

두 번째로 그의 집에 갔을 때는 잠을 자고 갔다. 나는 개방적이라고만 들은 서구에서의 데이트 문화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나는 정식으로 사귀지 않는 사람과 잠자리는 없다는 내 기준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에게 정확히 했다. 알았다고 끄덕인 그는 내가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잠에 들려는 찰나 두 손을 해달처럼 가슴 위에 올리고 물었다.


"섹스가 오프 더 테이블인 건 아는데, 혹시 키스는?"


그게 웃겨서 키스는 허락해 주었고 우리는 첫 키스를 했다.


이후 우리의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다. 매주 주말마다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의 집에서 일어나는 주말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는 내게 정식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했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연애는 어땠더라? 스무 살이 된 이후로 연애를 몇 번하지 않아서 성숙한 어른의 연애 같은 걸 경험해 본 기억은 없다. 20대 초반에 9살 연상의 30대 남자를 만난 적은 있지만 역시 정신연령이 어린애 같은 사람이었어서 오히려 다른 연애들보다도 덜 성숙했고 데이트는 술 마시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었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에서의 연애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개방적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오히려 서로 좀 더 조심스러웠고 나의 의사가 분명하게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귀지 않는 사람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내 신념은 한국에서도 똑같았지만 그 말을 들은 즉시 그럼 나랑 사귀자, 고 무슨 재채기하듯 뱉어내던 남자들부터 시작해 그럼 잠자리는 안 할 테니 가서 티브이만 보자며 내가 무슨 반푼이인냥 모텔로 질질 끌고 들어가려던 남자들, 혹은 내가 꽉 막혔다는 식으로 몰아가서 어떻게든 섹스 한번 해보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캐나다라고 다 정반대라는 소리는 아니다. 첫 번째로 데이트했던 인도 남자는 그래도 자기 집에 와서 영화를 보자, 성감대는 어디냐 같은 소리를 농담인척 던져댔던걸 생각하면 내가 운이 좋았던 편인 것도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인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캐내디언과 사귀게 되었다고 했을 때는 다들 엄청나게 놀랐다. 주변에 첫 국제연애자가 생겼으니 그럴만했다. 엄청나게 많은 질문들을 들었지만, 가장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은 하나였다.


외국인은 진짜... 크냐?


여자 친구들은 좀 더 직접적으로 물었고 남자 친구들은 대놓고 묻지는 못했지만 궁금해서 입술이 씰룩거리는 게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컸다. 엄청.


처음 딱 바지를 벗은 걸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물었다. 아니 이걸 왜 지금껏 말 안 했어?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 서프라이즈 선물로 주고 싶어서.




다음 편에 계속.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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