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하여 아주대병원에 다니던 시절.. 은찬이의 낙은 인형 뽑기를 하는 것이었다. 다리가 불편했던 아이걸음으로 30분쯤 걸어야 병원에 갈 수 있었지만 은찬이는 집과 병원 사이에 있는 인형 뽑기 가게에 들르기 위해 자주 걸었다.
인형 뽑기라는 게 "다섯 판씩만 하자" 약속하고 들어가도 나올 듯 나올 듯 아슬아슬해지면 어른인 나조차 천 원 이천 원 더 넣게 되는데 은찬이는 그런 내 손을 막으며 다음 주에 뽑자고 끌고 나오곤 했다. 신기한 것은 그 어른스러운 자제력뿐 아니었다. 인형 뽑기는 왜 그리도 잘하는지... 오천 원이면 인형을 한아름 안고 나오곤 했다.
이날도 한 번에 두 개를 뽑고는 "하나는 동생 줘야지~" 하며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불렀다.
꽤 많은 인형을 뽑았지만 아이는 그중에서도 이 이상해씨 인형을 오래토록 침대맡에 놓아두었다.
몇 년이 지나고 아이가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져 내가 항상 아이 침대밑에서 자던 때였다. 밤이면 한쪽귀에 이어폰을 꽂고 미드를 보는 게 나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던 그때. 불편한 자세로 누워 한 손에 폰을 들고 미드를 보고 있던 나에게 느닷없이 이상해씨 인형이 날아왔다. "이거 빌려줄게요. 여기에 폰 기대놓고 봐요" 제 몸 움직일 기운조차 없는 아이가 엄마 챙기겠다고 온 힘을 다해 인형을 던져준 것.
그렇게 아들이 빌려준 인형은 아직도 밤마다 나의 미드파트너가 되어준다. 딸의 인형까지 빼앗아 침대 왼쪽, 오른쪽에 하나씩 놓아두고 휴대폰을 기대 두고 자면 여전히 그때인 듯 조금은 편해진다. 아들대신 내 곁을 지켜주는 나의 좌청룡우백호 라고 해야 할까...